토정비결은 그 해 신수를 보려는 사람의 생년월일을 가지고 각각 상․중․하괘를 계산하며, 이 세 괘를 합하여 자기의 토정비결 괘를 얻는 것이다. 누구나 이 144가지 괘 가운데 어느 한 괘에 해당된다. 수많은 사람들의 운세를 144가지로 규정하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불합리해보일지 모르지만 조선 후기 당시의 정초 점복풍속이었던 윷점이 64괘, 오행점이 32괘를 갖고 있는 것에 비하면 한층 더 세분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144가지가 되는 토정비결의 각 괘에는 1년 동안의 운수를 개괄적․은유적으로 예언한, 그래서 두루뭉술하고 애매하기도한 4언 절구의 글귀가 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소장본(한문 필사본)과 『윳과뎜책』(1918)에 수록된 한글 활자본의 토정비결 둘 다에는 주역 괘가 전혀 표기되어있지 않으며 각 괘사가 4언 4구로만 간략하게 구성되어 있었다.
그러나 현재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토정비결은 그 내용이 매우 복잡하다. 먼저 주역의 본괘․지괘가 표기되었으며, 괘사도 4언 44구(남산당 『원본토정비결』)내지 4언 41구(명문당 『원본토정비결』)가 더 추가되었다. 1964년 발행된 명문당 발행 토정비결이 주역 본괘·지괘에 관한 설명 외에 각 괘사가 총 4언 26구로만 구성되었던 것과 비교해 봐도 날이 갈수록 복잡해지는 사회생활에 부응하여 토정비결의 괘사도 점차 추가되어 왔으며 복잡해졌음을 알 수 있다. 괘사의 내용도 보다 단정적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토정비결과 『주역』를 연계시키는 경우도 많은데, 이것도 점서로서 『주역』의 권위에 의탁하여 토정비결의 가치를 높이려는 의도에서 중간에 끼어진 것일 뿐 실제로는 『주역』과 직접 관련되지 않는다. 『윳과뎜책』에 수록된 토정비결과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소장 토정비결에서는 전혀 주역 괘와 연계시키고 있지 않은데, 이후 발행되는 토정비결 책들에서 주역 괘가 등장하는 것을 볼 때 토정비결과 『주역』과의 연결고리 작업은 후대에 이루어졌다고 추정된다.
『윳과뎜책』의 1918년 토정비결의 괘 풀이는 은유적·개괄적이어서 길흉의 뜻이 분명하지 않으며 두루뭉술하고 애매한 반면, 점차 점괘가 보다 세분화되고 괘사가 더욱 다양해지면서 농경사회의 특성뿐 아니라 19세기 후반 이후 급속히 변모해가던 당시 사회의 다양한 가치관들이 반영되었다.
토정비결 괘사에 나타나는 주요 특징으로 구설수, 관재수, 친구(사람)로부터 받는 피해, 출타하지 말라 등을 꼽을 수 있으며, 이는 그간 한국사회가 겪어온 어두운 시대상과 인간 관계상을 반영한다고 하였다. 즉 인간관계와 사회에의 불신 속에서 살아온 한국인의 폐쇄적인 생활을 반영한 점괘라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