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60대 중반도 버티듯 살아가고 있는 나에게 주어진 운명이 있다는 걸 대학 입시를 마치고 어렴풋하게 느꼈지만, 그건 바꿀 수 있다는 열망으로 가득찬 20대를 인내와 노력으로 버티었다.
벌써 지쳐서 30대 바로 들어서는 열정도 좀 식고 하여 그냥 현실에 만족하고 안주하자는 생각과 그래도 운명은 바꿀 수 있으니 계속 좀더 노력해보자는 생각이 공존하였다. 그래서 사주명리 공부에 조금씩 연을 대기 시작하였다.
40대 들어서는 일단 내 운명을 제대로 바로 알아보자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알 수 없는 개인사사나 문화센터가 아니라 대학원이라는 곳에 찾아가서 명리학 공부를 하기 시작하였다.
그 연으로 경북 칠곡에서 경기 산본, 전북 익산, 서울, 경북 안동 등지로 10년 동안을 거의 매주 왕래하였다.
그러나 40대에는 명리 공부를 본격적으로 하면서도 여전히 내가 이 공부를 과연 해야만 하는가에 대해 의구심이 내내 끊이지를 않았다.
그 사이 수많은 높은 산도 넘고 험한 강도 건넜다. 그러면서 현재까지 결론적으로는 명리학 공부를 하기를 참으로 잘 하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높은 산도 언덕이었고, 험한 강도 개울이더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때가 올는지... 본원으로 되돌아 갈 때라도 담담하게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
사람에게 주어진 운명이란 게 과연 있냐는 물음에 전혀 없다고 말하는 이도 봤으며, 들은 바가 있어 흔히 ‘운칠기삼’이라는 이, 나름 ‘운구기일’이라는 이, 반대로 99% 노력과 1% 운이라는 사람들도 있다.
그만큼 제각기 인생은 만인만색이고 천양지차가 있다는 뜻이다.
거기에 하나를 더 보태자면 나는 ‘반반’이라고 생각한다. 비율을 잘 정할 수 없을 때 그냥 ‘반반’을 주문하듯이... 운명이 있다고 느끼는 것이 중요하지 그 비율을 누가 정확히 재봤겠는가? 그런 자(尺)도 없는데...
운명을 바꾸는 방법(개운법), 오유지족(吾唯知足)
주어진 운명을 바꾸는 방법, 소위 개운방법으로 ① 적선하기 ② 좋은 스승 만나는 것 ③ 간절한 기도 ④ 명당에 사는 것 ⑤ 공부와 독서 ⑥ 내 팔자 모습을 아는 지명(知命)의 순서로 흔히 거론된다.
그런데 ① 적선하기는 최소한의 여유라도 있어야만 가능하고, ② 좋은 스승 만나는 것과 ④ 명당에 사는 것도 주어진 인연 그릇에 따라 가므로 개운 방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남는 것은 ③ 간절한 기도와 ⑤ 공부와 독서 ⑥ 내 팔자를 아는 지명(知命)이다. 이것들도 숨쉬고 살만한 최소한의 여유가 있어야 가능한데, 그래도 넋 놓고 살 인생이 아니라면 개운 방법들 중에서 가장 좋은 점은 투플러스(+)도 아니고 쓰리플러스(+)할 수 있는 선택지라는 것이다.
내 경험으로 보면 간절한 마음으로 명리학 공부를 제대로 해서 내 팔자를 제대로 알면 비록 시간은 많이 걸리겠지만 가장 가성비가 높은 개운법이기 때문이다. 그 사이 많은 인내와 노력도 있어야 함은 지극히 당연하다.
萬事分已定(만사분이정), 浮生空自忙(부생공자망)
모든 일은 타고난 분수가 이미 정해져 있는데, 덧없는 인생 쓸데없이 혼자 바쁘게 살아간다.
자기 운명을 안다는(知命) 것은 사주명리 공부만 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아가 자기 분수를 알고(知分), 그칠 줄을 알고(知止), 만족할 줄 알아야 하는(知足) 것이다.
내 팔자 그릇이 찻숟갈인지, 종지인지, 대접인지, 세숫대야인지부터 알고서, 넘치도록 담았다 싶으면 멈추고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는 뜻인데...
갑진년 무진월 무진일 을묘시에 나 자신을 또다시 경계하며 글을 적었다.
乙 戊 戊 甲
卯 辰 辰 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