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관】
용띠는 진(辰)년생으로 육십갑자의 순서상 무진(戊辰)·경진(庚辰)·임진(壬辰)·갑진(甲辰)·병진(丙辰)생 등 다섯 가지이다.
시(時)로는 오전 7시부터 오전 9시까지, 방위는 동남동(東南東), 음력으로 삼월, 계절은 청명에서 입하 전날까지, 음양오행은 양토(陽土), 물상으로는 윤택한 흙[潤土]이다.
용띠에 태어난 사람은 변화무쌍한 용의 속성을 타고나며, 다른 띠와 서로 원진(怨嗔)과 삼합(三合)·육합(六合)·육충(六衝) 등의 관계를 보이므로 궁합에 활용된다.
【내용】
띠 동물의 외형·성격·습성 등의 특성과 연관 지어 그해 출생자의 성격과 능력을 점쳐보는 풍속이 있다. 용띠는 진년생으로 육십갑자의 순서상 무진·경진·임진·갑진·병진생 등이다.
대체로 무진생은 고집과 끈기가 있으며 신뢰성이 있고, 경진생은 사회활동이 왕성하며 포부가 원대하고, 임진생은 두뇌 회전이 빠르며 행동이 민첩하고, 갑진생은 과묵하고 강직하며 재물을 모으는 능력이 좋고, 병진생은 융통성과 독립심이 있으며 호탕하다.
용띠와 화합하는 띠는 원숭이띠·쥐띠·닭띠이고, 충돌하는 띠는 개띠이고, 애증이 교차하는 원진살이 되는 띠는 돼지띠이다. 원진은 서로 충동하는 지지(地支)의 바로 앞 또는 뒤의 지지이므로 싸움을 하고 나서 그 앙금이 아직 남아 서로 미워하고 원망한다는 뜻이다.
원진살은 궁합에서 중요하게 보고 있다. 용띠는 호랑이[寅]해·토끼[卯]해·용[辰]해가 삼재(三災)에 해당한다. 삼재가 되는 해에는 인재(人災)·관재(官災)·우환 등이 생긴다고 한다.
진(辰)은 만물이 움직이고 떨치며 벼락치고 진동한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용띠인 사람은 변화무쌍하며 활동적이고 호탕하며 포부가 원대하고 사람을 널리 포용하는 마음이 있다. 용띠의 대표적 성정은 다음과 같다.
물의 신[水神]
용(龍)은 한자어이고 우리 고유어로는 ‘미르’인데, 『훈몽자회』에 ‘미르 용(龍)’이 있다. 미르의 어원은 ‘밀―’로서, ‘물[水]’의 어원과 같다. 호랑이는 산신(山神)이고 용은 수신(水神)이다.
용은 큰못이나 강, 바다와 같은 물속에 살며, 비와 바람을 일으키고 몰고 다닌다고 여겨져 왔다. 용은 물의 신이자 비를 주관하는 우사(雨師)의 성격도 지닌다. 용은 물과 불가분의 관계를 지닌다.
따라서 용과 물의 상관성은 전국 각처에 널리 있는 용소(龍沼)·용정(龍井)·용담(龍潭)·용호(龍湖)·용지(龍池)·용추(龍湫)·용강(龍江)·용연(龍淵)·용두(龍頭) 등의 지명에서도 잘 알 수 있다. 또 용을 위한 제사 장소가 모두 물가라는 점도 용의 수신(水神)으로서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신라 박혁거세 부인 알영(閼英)은 용의 배를 가르고 나왔다고 했는데, 그곳이 알영정(閼英井) 우물이라는 것은 바다에서 온 용녀(龍女)라는 사실을 강조한 것이다. 『동국여지승람』에는 가뭄이 계속될 때 용정·용담·용연·용지·용추 등에서 기우(祈雨)를 했다는 많은 사례가 있다.
농경 문화권인 우리 민족에게 물은 생명처럼 소중하므로 가뭄이 심할 때는 용에게 기우제를 지냈다. 어로를 생업으로 하는 어촌에서는 용왕굿이나 용왕제를 지내면서 배의 무사고와 풍어, 마을의 평안 등을 기원한다. 마을이나 집안의 우물에서도 용왕제나 용왕굿을 지낸다.
시조의 어버이
신화 속에는 용이 나라의 시조나 임금·씨족의 조상으로 많이 나타난다. 신라의 석탈해는 용성국(龍城國)의 왕과 적녀국(積女國)의 공주 사이에서 태어났다. 고려 태조 왕건은 작제건(作帝建)과 용녀(龍女)의 소생인 용건(龍建)의 아들이다. 그래서 고려 때의 왕씨를 용종(龍種)이라고 부른다.
백제 무왕인 서동은 그 어머니가 과부가 되어 서울 남지(南池)가에 살던 중, 그 연못의 용과 정을 통하여 낳았다. 후백제 시조 견훤은 광주 북촌의 부잣집 딸이 지렁이와 혼인하여 낳았다고 한다. 창녕조(曺)씨의 시조인 조계룡(曺繼龍)은 용의 후예로 전해진다.
호국신
용은 호법신이나 호국신의 역할도 한다.
『삼국유사』에는 이에 관한 많은 예가 있다. 호법룡의 경우 ‘명랑법사와 해룡’ ‘보양조사와 서해 용’ ‘의상대사와 동해 용’ ‘두 보살과 승려 조신’ ‘진표율사와 용왕’ 등이 있다.
호국룡의 경우 ‘문호왕 법민’과 ‘만파식적’에 문무왕이 평소 “짐은 죽은 후 나라를 지키는 큰 용이 되어 불교를 높이 받들고 나라를 지키기를 원한다.”라고 했다. 그 유언으로 문무왕의 뼈를 묻은 곳을 대왕암이라 이름하고, 절 이름을 감은사(感恩寺)라 했으며, 후에 용이 형상을 나타낸 것을 보던 곳을 이견대(利見臺)라 이름하였다는 내용이 있다.
‘자장율사와 지룡(池龍)’에는 부처의 힘으로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세운 황룡사(皇龍寺) 9층 목탑의 건립 기원이 있는데 호국신앙의 발현이다.
제왕·임금
하늘 기후의 순조로움이 절대적으로 중요했던 농경 문화권에서 군왕과 용은 자연스럽게 동일시되었다. 나아가 군왕과 관련되는 사물이나 비범한 인물에게까지 용은 상징적으로 작용하였다.
『주역』 64괘의 첫 번째 괘인 중천건(重天乾)에서는 용을 하늘과 군자로 비유해서 인식한다. 『동국이상국집』 「동명왕편」에는 하느님의 아들 해모수가 하늘에서 지상을 내려올 때, ‘다섯 마리의 용이 끄는 수레[五龍車]’를 타고 왔다고 한다.
『삼국사기』에 “흑룡이 한강에 나타났는데 잠깐 동안에 구름과 안개가 껴 캄캄하더니 날아가 버렸다. 이어 왕이 죽었다.”는 기록은 용이 왕과 결부된 예이다.
조선 왕조의 창업을 노래한 『용비어천가』는 ‘해동(海東)의 육룡(六龍)이 하늘로 올라갔다’는 뜻으로서, 건국하기까지의 여섯 선조가 임금의 자리에 올랐다는 것을 의미한다. 용은 그 권위로써 임금을 나타낸다. 그래서 임금의 얼굴은 용안(龍顏), 임금의 자리는 용상(龍床), 임금의 옷은 곤룡포(衮龍袍), 임금의 즉위를 용비(龍飛)라고 한다.
천지조화
용은 뭇 동물들이 가진 최상의 신체를 모두 갖추고 있으며, 구름과 비를 만들고, 땅(바다, 강, 큰 연못 등)과 하늘에서 자유로이 활동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존재로 믿어진다.
용은 짙은 안개와 비를 동반하면서 구름에 싸여 움직인다. 바다나 강, 호수 등에서 하늘로 오르내릴 때는 하늘과 땅이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짙은 안개와 구름이 만들어진다.
용이 승천하고 온갖 조화를 부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여의주(如意珠)가 있어야 한다. 만약 여의주를 갖지 못하면 이무기로 땅에 남아 여의주를 얻어 용이 되어 승천할 때까지 기다린다고 한다.
지지의 진(辰)은 동물로서는 용(龍)이므로 능히 변화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천간(天干)의 갑기(甲己), 을경(乙庚), 병신(丙辛), 정임(丁壬), 무계(戊癸) 모두 합화(合化)하는 오행을 따라 진(辰)월과 진(辰)시의 천간에서 그 변화한 기(氣)를 얻는다.
【특징 및 의의】
농경 문화권인 우리 민족에게 용은 생명처럼 소중한 물[水]을 의미한다. 용띠는 변화무쌍한 용의 속성을 타고나며 매우 활동적이고 호탕하며 포부가 원대하고 사람을 널리 포용하는 성정을 갖고 있다. 그리고 만물이 움직이고 떨치며 벼락치고 진동한다는 뜻을 갖고 있다.
【참고문헌】
십이지의 문화사(허균, 돌베개, 2010), 정선명리학강론(김만태, 지식의 통섭, 2022), 한국동물민속론(천진기, 민속원, 2003), 한국문화상징사전1(한국문화상징사전편찬위원회, 두산동아, 1996).
【필자】
김만태(金萬泰), 한국명리성명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