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훈민정음과 소리오행
김만태 문학박사/서라벌대학교 풍수명리과 전임교수·학과장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이름 한자의 획수 계산, 획수 조합에 의한 격의 구분, 그에 따른 수리의 길흉 판단, 자원에 따른 음양오행의 구분 등은 작명가들마다 다르고 그 기준도 부정합(不整合)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자신이 지은 이름조차도 시일이 지난 후에는 아주 좋지 않은 이름으로 판명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것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지금까지 통용되어온 이름짓는 방법들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켰다. 그래서 최근에는 한자 획수의 수리학 위주보다 한글의 소리오행에 주안점을 두는 방법이 점차 큰 호응을 얻어가고 있다. 한국인의 이름은 한글로 써지고 한글로 불리어진다는 점에서 한자의 획수보다는 한글의 소리오행에 준하여 이름을 짓는 것이 작명의 이치에 맞다고 한다.
한글의 소리 음양과 오행을 주안으로 이름을 짓는 오늘날 모든 작명가들이 활용하는 소리오행의 구분은 앞의 표 <이름자의 오행>과 같다. 이를 다시 정리해보면, 어금닛소리[牙音]인 ‘ㄱ·ㅋ’은 목(木), 혓소리[舌音]인 ‘ㄴ·ㄷ·ㅌ·ㄹ(반설음)’은 화(火), 목구멍소리[喉音]인 ‘ㅇ·ㅎ’은 토(土), 잇소리[齒音]인 ‘ㅅ·ㅈ·ㅊ’은 금(金), 입술소리[脣音]인 ‘ㅁ·ㅂ·ㅍ’은 수(水)에 해당된다고 말한다. 그러나『훈민정음(訓民正音)』제자해(制字解)에 따르면 초성(자음)에서 입술소리 ‘ㅁ·ㅂ·ㅍ’은 오행상 토에 해당하고 목구멍소리 ‘ㅇ·ㅎ’은 수에 해당한다. 즉 토음(土音)과 수음(水音)의 경우『훈민정음』제자해의 내용과 현재 발음성명학에서 통용하고 있는 한글 소리 오행의 구분이 서로 정반대이다.
『훈민정음』제자해에서 관련 내용을 살펴보면, 음양오행이 우주만물의 유일한 원리이고 사람의 소리도 모두 음양오행의 이치를 가지므로 소리에 본래 담겨진 음양오행의 이치에 따라 자연스레 훈민정음을 만들되 각 글자에 해당하는 모양을 상형해서 만들었음을 언급하고 있다.
자음인 초성의 기본 다섯 자(ㄱ·ㄴ·ㅁ·ㅅ·ㅇ)는 어금니·윗잇몸·이·혀·목구멍·입·입술 등 조음기관(調音器官)의 모양을 본떠서 만들었고, ㆁ·ㄹ·ㅿ를 제외한 나머지 자음들은 소리가 조금 더 세게 나는 정도에 따라 획을 더하여 만들었음을 밝혔다. 그리고 사람의 소리는 모두 오행에 근본이 있으며 사계절 및 오음(五音)과도 합치된다고 하였다.
초성은 모두 17자이다. 아음(어금닛소리) ㄱ은 혀뿌리가 목구멍을 막는 모양을 본뜨고, 설음(혓소리) ㄴ은 혀가 윗잇몸에 닿는 모양을 본뜨고, 순음(입술소리) ㅁ은 입 모양을 본뜨고, 치음(잇소리) ㅅ은 이 모양을 본뜨고, 후음(목구멍소리) ㅇ은 목구멍 모양을 본뜬 것이다. ㅋ은 ㄱ에 비하여 소리가 조금 세게 나므로 획을 더하였다. ㄴ에서 ㄷ, ㄷ에서 ㅌ, ㅁ에서 ㅂ, ㅂ에서 ㅍ, ㅅ에서 ㅈ, ㅈ에서 ㅊ, ㅇ에서 ㆆ, ㆆ에서 ㅎ으로 그 소리(의 세기)를 바탕으로 획은 더한 뜻은 모두 같다. 그러나 오직 ㆁ이 된 것만은 다르다. 반설음 ㄹ과 반치음 ㅿ도 혀와 이 모양을 본뜨긴 했으나 그 체(體, 바탕으로 삼은 기본 글자)가 다르며, (소리 세기에 따라) 획을 더한 의미는 없다. 무릇 사람이 소리를 내는 것은 오행에 근본이 있는 것이므로 제반 사시(춘하추동 사계절, 아침·낮·저녁·밤의 네 때)와 합하여도 어그러짐이 없고, 오음(궁상각치우)에 맞추어도 틀리지 않는다.
[『訓民正音』制字解, “初聲凡十七字. 牙音ㄱ 象舌根閉喉之形. 舌音ㄴ 象舌附上齶之形. 脣音ㅁ 象口形. 齒音ㅅ 象齒形. 喉音o 象喉形. ㅋ比ㄱ 聲出稍 故加劃. ㄴ而ㄷ ㄷ而ㅌ ㅁ而ㅂ ㅂ而ㅍ ㅅ而ㅈ ㅈ而ㅊ o而ㆆ ㆆ而ㅎ 其因聲加劃之義皆同 而唯ㆁ爲異. 半舌音ㄹ 半齒音ㅿ 亦象舌齒之形而異其體 無加劃之義焉. 夫人之有聲本於五行 故合諸四時而不悖 叶之五音而不戾.”]
훈민정음 초성의 상형 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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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 혀뿌리가 목젖에 닿는 모양
ㄴ : 혀끝이 윗잇몸에 닿는 모양
ㅁ : 입 모양
ㅅ : 이 모양
ㅇ : 목구멍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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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음기관인 목구멍·어금니·혀·이·입술의 각 생태적 특징들을 해당 오행에 각각 연관시켰고, 그 소리의 특징들도 각 오행의 모습에 비유하였다. 그리고 이것들을 각 계절과 오음에도 관련지었다. 그리고 초성의 이치 속에 음양·오행·방위 등이 모두 관련되어 있다고 하였다.
목구멍은 깊고 윤택하니 (오행상) 수(水)이다. 그 소리가 공허하고 통하여 마치 물이 허명(虛明)해서 유통하는 것과 같다. 계절로는 겨울이고 소리로는 우(羽)이다. 어금니는 어긋나고 기니 (오행상) 목(木)이다. 그 소리가 목구멍소리와 비슷해도 실하므로 마치 나무가 물에서 생하지만 형체가 있는 것과 같다. 계절로는 봄이고 소리로는 각(角)이다. 혀는 날카롭고 움직이니 (오행상) 화(火)이다. 그 소리가 구르고 날리므로 마치 불이 이글거리며 활활 타오르는 것과 같다. 계절로는 여름이고 소리로는 치(徵)이다. 이는 단단하고 자르니 (오행상) 금(金)이다. 그 소리가 부스러지고 걸리므로 마치 쇠가 부스러지고 단련되는 것과 같다. 계절로는 가을이고 소리로는 상(商)이다. 입술은 모나고 합해지니 (오행상) 토(土)이다. 그 소리가 머금고 넓으므로 마치 땅이 만물을 함축하고 광대한 것과 같다. 계절로는 늦여름이고 소리로는 궁(宮)이다. 그러나 물은 만물을 낳는 근원이고, 불은 만물을 이루는 작용이므로 오행 중에서 수(水)와 화(火)가 큰 것이 된다. 목구멍은 소리를 내는 문이고, 혀는 소리를 나누는 관이므로 오음 중에서 후음과 설음이 주가 된다. 목구멍은 뒤에 있고, 어금니는 그 다음이므로 목구멍소리는 북쪽, 어금닛소리는 동쪽이 된다. 혀와 이가 또한 그 다음이므로 혓소리는 남쪽, 잇소리는 서쪽이 된다. 입술은 끝에 있으므로 흙은 일정한 위치가 없고 사계절에 붙어 왕성하게 한다는 뜻이다. 이런즉 초성 중에 스스로 음양오행과 방위의 수가 있는 것이다.
[『訓民正音』制字解, “喉邃而潤 水也. 聲虛而通 如水之虛明而流通也. 於時爲冬 於音爲羽. 牙錯而長 木也. 聲似喉而實 如木之生於水而有形也. 於時爲春 於音爲角. 舌銳而動 火也. 聲轉而颺 如火之轉展而揚揚也. 於時爲夏 於音爲徵. 齒剛而斷 金也. 聲屑而滯 如金之屑瑣而鍛成也. 於時爲秋 於音爲商. 脣方而合 土也. 聲含而廣 如土之含蓄萬物而廣大也. 於時爲季夏 於音爲宮. 然水乃生物之源 火乃成物之用 故五行之中 水火爲大. 喉乃出聲之門 舌乃辨聲之管 故五音之中 喉舌爲主也. 喉居後而牙次之 北東之位也. 舌齒又次之 南西之位也. 脣居末 土無定位而寄旺四季之義也. 是則初聲之中 自有陰陽五行方位之數也.”]
『훈민정음』의 설명 내용을 정리하면 표와 같다. 우주만물의 구성·운행과 마찬가지로 사람의 소리 역시 오행에 근본이 있으므로 초성인 자음은 아설순치후(牙舌脣齒喉), 즉 목화토금수의 오행상생(五行相生) 순으로 설명된다. 그러나 조음기관의 위치에 따라서는 가장 안쪽(목구멍)에서부터 시작하여 가장 바깥쪽(입술)으로 설명하고 있다.
『훈민정음』제자해 초성의 내용과 작명 소리 오행
소리분류 |
조음기관 |
조음기관
특징 |
소리특징 |
오행 |
사계 |
오방 |
오음 |
훈민정음 |
작명오행 |
喉音 |
목구멍 |
邃而潤 |
虛而通 |
水 |
겨울 |
북 |
우 |
ㅇㆆㅎ |
⇒土 |
牙音 |
어금니 |
錯而長 |
似喉而實 |
木 |
봄 |
동 |
각 |
ㄱㅋㆁ |
木 |
舌音 |
혀 |
銳而動 |
轉而颺 |
火 |
여름 |
남 |
치 |
ㄴㄷㅌ(ㄹ) |
火 |
齒音 |
이 |
剛而斷 |
屑而滯 |
金 |
가을 |
서 |
상 |
ㅅㅈㅊ(ㅿ) |
金 |
脣音 |
입술 |
方而合 |
含而廣 |
土 |
늦여름 |
중앙 |
궁 |
ㅁㅂㅍ |
⇒水 |
한자 획수에 근거한 수리성명학은 작명가들마다 획수 계산법이나 조합법이 분분한데다가 한국 사람의 이름은 한글을 주로 사용되므로 소리오행으로 이름을 짓는 발음성명학이 점차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발음성명학에서는 신경준(申景濬, 1712~1781)의『훈민정음운해(訓民正音韻解)』에 따라 후음과 순음을 훈민정음 제자해의 오행 분류와 다르게 적용하고 있다. 이런 차이에 대한 보다 깊은 논의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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