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 인연의 중시로서 궁합(宮合)에 관한 고찰
배우자 인연의 중시로서 궁합(宮合)에 관한 고찰
김만태 (前동방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한류문화연구 제5권 3호, 한국한류문화학회, 2025년 9월
우리나라에서는 사주(四柱)에 사람의 운명이 나타나 있다고 여겼기에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라고 하는 혼인(婚姻) 때 반드시 신랑과 신부의 사주를 미리 주고받는 풍속이 있다. 신랑 될 사람과 신부 될 사람의 사주를 가지고 궁합을 보아서 두 사람이 혼인하기에 적합해야 비로소 혼사가 진행되었다.
그래서 혼인할 남자의 사주인 생년월일시(生年月日時)를 적어 청혼할 여자의 집에 보내어 궁합이 맞는지 보고, 좋은 혼인 날짜를 잡도록 단자(單字)를 보내는 일이 매우 중요하게 여겨졌다. 물론 현대에는 혼인할 남녀간에 이미 서로 많은 정보를 알고 있으므로 사주단자를 보내는 풍습이 많이 약화되었지만 사주 보는 곳(철학관, 사주상담소 등)을 통해 예비 신랑 신부들이 궁합이 서로 어떤지를 미리 상담하는 경우는 여전히 크게 성행하고 있다.
궁합(宮合)의 국어(國語) 사전적 의미는 “혼담이 있는 남녀의 사주(四柱)를 오행(五行)에 맞추어 보아 배우자로서의 길흉을 헤아리는 점(占)”(이기문 1993:271)이고, 역학(易學) 사전적 의미는 “미혼 남녀가 장차 혼인하기 위하여 서로 간의 생년월일시, 즉 사주를 대조하여 길흉(부부간의 성격, 금슬은 어떠하며 일생 이별 없이 해로할 수 있는가 등)을 알아보는 것”(조성우․한중수 1994:78)이다.
따라서 궁합의 기본적 의미는 “혼인(婚姻)을 하려는 남녀의 사주(四柱)를 일정한 법칙에 대입해서 앞으로 혼인 생활의 길흉을 점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는 궁합을 혼인하려는 남녀 간의 관계에만 적용하는 게 아니라 부모 자식 사이나 형제간, 친구나 동료․동업자 간의 관계에도 확대 적용하고 있다.
궁합의 해자적(解字的) 의미도 궁합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宮合이란 宮(집 궁)을 合(합할 합)친다’는 의미이다. 중국의 가장 오래된 자전(字典)인 『이아(爾雅)』의 <석궁(釋宮)>편에서는 “궁(宮)은 실(室)이라 하고 실(室)은 궁(宮)이라 한다.” 爾雅 <釋宮>, “宮謂之室, 室謂之宮.”고 자해(字解)했다.
『이아주소(爾雅注疏)』에서 형병(邢昺)은 “옛날에는 귀천(貴賤)에 관계없이 사는 곳을 모두 궁(宮)이라 일컬었다. (…) 사(士)와 서인(庶人) 모두 궁(宮)이라 칭한 것이다. 진(秦)․한(漢) 이래로부터 임금이 사는 곳만 궁(宮)이란 칭호로 고정되었다.” 爾雅注疏 卷4, <釋宮>, “古者貴賤所居皆得稱宮. (…) 是士庶人皆有宫稱也. 至秦漢以來, 乃定爲至尊所居之稱.”라고 덧붙여 풀이했다.
『설문해자(說文解字)』에서는 “궁(宮)은 바깥의 빙 둘러싼 것을 말하고 실(室)은 그 안을 말한다. 세밀히 말하면 틀리지만 통틀어 말하면 다르지 않다.”(許愼 찬, 段玉裁 주 1988:342) 說文解字注, “按宮言其外之圍繞, 室言其內, 析言則殊, 統言不別也.”라고 풀이했다.
종합해보면 자해적(字解的) 차원에서 궁(宮)은 집(宀) 안에 여러 개의 방(呂)이 들어있음을 의미하는 글자로서 궁합(宮合)은 ‘가문과 가문 간의 긴밀한 결합’을 뜻한다고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통속적으로는 ‘한 지붕(宀) 밑에서 두 개의 입(口)이 어떻게 조화(合)를 이루며 잘살 수 있을까?’를 의미한다. 따라서 궁합은 ‘가문(배경․지위․재력․학력․직업) 간의 결합’이라는 사회적 의미에서부터 ‘성적(性的) 조화’라는 생리적 의미까지 두루 포괄하고 있다.
그러므로 남녀 간의 궁합이 갖는 사회적 의미를 ‘겉궁합’이라 하고, 생리적 의미를 ‘속궁합’이라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사람이 태어난 연주(年柱)나 띠로 보는 궁합을 ‘겉궁합’, 일주(日柱)나 일지(日支)로 보는 궁합을 ‘속궁합’이라 한다.(이찬욱 1999:96, 정종수 2008:163)
궁합은 혼인과 사주라는 두 문화가 서로 맞닿아 있는 지점에서 생겨난 문화이다. 그러므로 시대환경이 변함에 따라 궁합에 대한 인식도 변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진행되어온 궁합풍속에 관련된 내용을 그 유래, 궁합법 유형, 변화 양상과 함께 고찰해보고자 한다.
2. 궁합의 유래
옛날에 자식도 없이 가난하게 사는 등짐장수가 신세를 비관하여 못에 빠져 죽으려다가 산신령으로부터 사람이 동물로 보이는 안경을 얻었다. 집에 돌아와 그 안경을 끼고 보니 마누라는 개[戌]이고 자신은 닭[酉]이었다. 자기 부부가 닭과 개 사이다 보니 그동안 자식도 없었고 가난하게 살았음을 깨달았다. 그날 저녁 다른 등짐장수 부부가 하룻밤을 묵으려고 왔는데 안경을 끼고 보니 그 남편은 개이고 아내는 닭이었다. 그 부부 역시 자식이 없었고 매우 가난했다. 그래서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고 그날 이후 부부간의 인연을 서로 바꾸어 살았다. 그런 다음 두 부부 모두 아들을 낳고 많은 재산을 모으며 유복하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84:545-547) 한국구비문학대계 7-12, “궁합이 생긴 원인”
궁합이 생긴 까닭에 관해 민간에서 전해 오는 이 이야기는 궁합이 생긴 유래와 궁합이 갖는 의미를 아주 잘 표현해준다.
남녀의 태어난 연월일시를 60갑자로 나타낸 사주(四柱)를 갖고 남녀 간의 궁합을 보려면 선결 조건으로 사주가 먼저 창안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사주를 이용한 궁합풍속은 아무리 빨라도 사주명리가 비로소 등장하는 동진(東晉, 317-420) 이후, 또는 사주명리가 본격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하는 당대(唐代, 618-907) 이후에야 비로소 가능하다.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사주 궁합법이 민간에서 널리 시행되려면 보다 긴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시집가고 장가드는 가취(嫁娶)의 길흉을 미리 알아볼 필요성은 언제나 늘 존재한다. 따라서 혼인을 앞두고서 점을 치는 관습은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이런 가취점(嫁娶占) 관습은 적어도 춘추시대(BC 770-403)부터 존재해 왔으므로 궁합의 기원은 가취점에서 비롯한다고 할 수 있다.
춘추시대에 쓰이진 『의례(儀禮) 「사혼례(士昏禮)」에는 혼인을 앞두고서 남자 쪽에서 그 길흉을 점치고 점괘가 길하면 여자 쪽에 알린다는 내용이 나온다.
반고(班固, 32-92)는 『백호통의(白虎通義)』에서 『의례』 「사혼례」의 문명(問名) 내용을 인용하면서 아내를 맞이할 때 두 사람이 서로 마땅한지 여부를 알아보려고 점을 친다고 하였다.
주자(朱子, 1130-1200)는 납길(納吉)할 적에 점괘가 불길하게 나오면 혼인을 그만두어야 한다고 하였다.
조선 중기의 윤휴(尹鑴, 1617-1680)는 『백호전서(白湖全書)』에서 혼례(昏禮)의 모든 행사는 사당(祠堂)에서 점을 쳐서 그 명을 받는다고 하였다. 이 모두가 궁합의 기원이 되는 가취점에 관한 사례들이다.
신부의 이름을 물으며[問名] 말하길 “아무개(신랑 父)가 이미 명을 받았으니 장차의 일을 점치려고 합니다. 감히 영애의 성씨가 무엇인지를 묻습니다.” (…) 납길(納吉)하며 말하길 “그대(신부 父)께서 영애의 이름을 알려 주셨기에 아무개(신랑 父)가 점을 쳐보았습니다. 점괘에 이르길 ‘길하다’라고 하였는바, 이에 아무개(신랑 父)로 하여금 감히 고하도록 했습니다.” 儀禮 「士昏禮」, “問名曰某旣受命, 將加諸卜, 敢請女爲誰氏. (…) 納吉曰吾子有貺命, 某加諸卜, 占曰吉, 使某也敢告.”
아내를 맞이할 때 점을 치는가? 여자의 덕에 대해 점을 쳐서 두 사람이 서로 마땅한지 않은지를 알아보기 위해서이다.
『혼례경(婚禮經)에 보면 [문명(問名)의 절차에서 중매쟁이가 신랑 부모의 말을 전달하는 식으로] “점을 쳐보려고 하니 감히 따님이 무슨 씨(氏)인지를 묻고자 합니다”라고 한다. 班固, 白虎通義 卷下, “娶妻卜之何. 卜女之徳, 知相宜否. 昏禮經曰將加諸卜, 敢問女爲誰氏也.”
제자가 묻기를 “납길을 할 적에 만약 점괘가 불길하다고 나오면 어떻게 합니까?”하니, 주자가 답하기를 “그만두어야 한다.”라고 하였다. 朱子語類 卷89, “曰古人納采後, 又納吉若卜不吉則如何. 曰便休也.”
혼례(昏禮)에 있어 모든 행사는 반드시 저물녘이나 새벽녘에 하며 아버지의 사당[禰廟]에서 점을 쳐 명을 받는다. 尹鑴, 白湖全書 卷46, 「雜著」 <讀書記>, “昏禮凡行事, 必用昏昕, 受諸禰廟.”
이와 같이 혼인을 앞두고서 가취의 길흉을 미리 알아보기 위해 점치는 풍속은 우리나라에서도 오랫동안 전해져 왔다.
우리나라에서 민간에까지 사주명리가 널리 전파되기 시작하는 것은 19세기 후반부터이다. 그러므로 조선조까지는 가취점이 널리 행해졌다.
이능화는 『조선여속고(朝鮮女俗考)』(1927)의 ‘남녀복명(男女卜命)’ 항목에서 “우리나라 습속에 딸을 출가시키고자 할 때, 먼저 운명을 점쳐 보는 풍습이 있다. 이는 고려조부터 전하여진 것이다.
조선시대 초에 이 풍속이 성행하여 관신가(官紳家)에 그 예가 더 많았다.”(이능화 지음, 김상억 옮김 1990:204)라고 하였다.
세자빈을 간택할 때 그 길흉을 점치고 상(相)을 봤다는 『세종실록(世宗實錄)』의 기사와 『부계기문(涪溪記聞)』(1612)에 실린 남이(南怡, 1441-1468) 이야기도 가취점이 궁합보는 것을 대신하는 좋은 예이다.
서울과 지방의 명가의 딸 몇 사람을 선택하여 그 길흉을 점치고, 그 덕용(德容)을 상보게 하였다. 녹명(祿命)의 설은 비록 다 믿을 수가 없지마는, 그러나 한 사람도 좋은 사람이 없으며, 그 덕용을 상 보았으나 또한 한 사람도 내 뜻에 맞은 사람이 없으므로, 자나 깨나 생각하여도 처리할 바를 알지 못하겠다. 세종실록 세종 18년 12월 28일(己丑), “令選擇中外名家之女若干人, 卜其吉凶, 相其德容. 祿命之說, 雖不可盡信, 然無一人可者; 相其德容, 亦無一人稱予意者, 寤寐思惟, 罔知所處.”
익평공 권람(權擥)에게 딸이 있어서 사위를 고르는데 남이가 구혼하였다. 권람이 점쟁이에게 점을 치게 하니, 점쟁이가 말하기를 “이 사람은 반드시 죄를 입고 죽을 것이니 좋지 않습니다”라고 하였다. 권람은 자기 딸의 수명을 점치게 하니, 점쟁이가 말하기를 “이 분은 수명이 지극히 짧고 또 아들도 없을 것입니다. 마땅히 그 복은 함께 누릴 것이고, 그 화(禍)는 보지 않을 것이니, 사위를 삼는 것이 좋겠습니다.”라고 하자, 권람은 그 말대로 하였다.
남이는 나이 17세에 무과에 장원하여 지극히 임금의 총애를 입었으며, 28세에 병조 판서로 죽임을 당하였다. 그 딸은 이미 죽은 지 몇 해나 되었다. 金時讓, 涪溪記聞.
혼인을 하기에 앞서 궁합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다 보니 사주팔자를 좋은 명(命)으로 속여서 혼례를 치르는 경우도 많았다.
1560년(명종 15) 윤원형(尹元衡)은 임금의 은총이 점점 적어지고 문정왕후(文定王后)가 갑자기 승하하면 더 이상 자신이 의지할 세력이 없을 것이라 여겨 황대임(黃大任), 국복(國卜) 김영창 등과 함께 모의하여 황대임의 딸의 생년월일을 길한 명으로 고쳐서 그 딸이 세자빈으로 간택되도록 하였다. 명종실록 명종 16년 1월 15(丙子)일, “元衡, 自以恩眷漸衰, 文定王后, 一朝賓天, 則更無可倚之勢, 與大任及其所厚國卜盲人金永昌, 潛謀改大任之女生年日月, 變凶爲吉, 又以必聘大任之女之意, 密告于文定王后以定之.”
안정복(安鼎福, 1712-1791)도 세속에서 사주단자를 보내면서 나쁜 사주를 좋은 사주로 고치는 속임수가 있음을 비판하였다.
두 집안이 혼인을 정한 후에 신랑 집에서 신랑의 연명(年命)을 써서 신부 집에 보내는 것을 ‘사주단자(四柱單子)’라고 하니, 이것은 고례(古禮)가 아니다. (…) 세속에서 연명을 고쳐서 길요(吉曜)에 맞추려 하거나 나이를 줄여서 나쁜 연명을 기피하고 감추려 하는 일이 있는데, 대례(大禮)의 시작부터 속임수를 먼저 쓰니 매우 옳지 못하다. 安鼎福, 順菴集 「雜著」 <婚禮酌宜>, “兩家定婚後, 壻家書送壻年命于女家, 謂之四柱單子, 非古禮也. (…) 俗有改易年命, 求合吉曜, 或減年忌諱, 大禮之始, 先行詐僞, 甚不可也.”
오늘날 궁합이란 용어가 사람 간의 관계에서뿐만 아니라 ‘○○궁합’이라 해서 사물 간의 관계에까지 폭넓게 통용되고 있음에 비해 막상 옛 문헌에서는 ‘宮合’이란 용어가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
중국 문헌에서는 명나라 때 임소주(林紹周)가 펴낸 택일서인 『천기대요(天機大要)』의 <혼인문(婚姻門)>편에 ‘남녀구궁궁합법(男女九宮宮合法)’이라 해서 ‘宮合’이란 용어가 비로소 등장한다.
남녀구궁궁합법(男女九宮宮合法): (…) 한나라 때부터 악한 흉노가 구혼해올 때 이것을 거절할 구실이 없었다. 당나라 때도 이런 폐단이 계속되었으므로 여재(呂才)가 이 법(구궁궁합법)을 만들어 썼다. 또 폐개년법(閉開年法)을 만들어 천자에게 바치고 천하에 반포해서 외국에서 구혼해올 때 거절하는 핑계로 삼았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거짓이다. 이를 증명할 수도 있다. 林紹周, 天機大要, “自漢時 惡匈奴求婚 無辭以却. 至唐時 此弊猶存 呂才公作用此法. 又作閉開年法 獻天子 頒天下 以辭外國之求婚 其爲虛僞 此可証也云爾.”
한(漢) 고조(高祖, 재위 BC 202-BC 195) 때 북방 유목민인 흉노가 침입해 오자 왕실의 여자를 흉노에 시집보내는 등의 조건으로 화친조약을 맺은 후, 당대(唐代)까지 이런 폐단이 계속되자 흉노의 청혼을 거절하는 핑계로 삼으려고 여재(呂才)가 구궁궁합법(九宮宮合法)과 합혼개폐법(合婚開閉法) 등의 궁합법을 비로소 만들어 시행했고, 이때부터 궁합을 보는 관습이 전해져 내려왔다고 널리 알려져 있지만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도 하였다.
여재(呂才, 660-665): 당 태종․고종 때 학자. 음양․방기․지리․역사․오행․역산․천문․병학 등에 밝았다. 종교적 미신에 반대하여 녹명생성설(祿命生成說)과 오덕설(五德說)․풍수지리설 등을 비판하였다. 저술은 많았으나 대부분 산실되었고, 『구당서』 「본전」에 「서택경(敍宅經)」․「서녹명(敍祿命)」․「서장서(敍葬書)」가 있고, 『대장경』에 「인명주석립파의도서(因明註釋立破義圖序)」가 있다.
우리나라 문헌에서는 1636년(인조 14) 성여춘(成汝椿, 1583-1662)이 『천기대요』를 도입하여 간행하면서 ‘궁합(宮合)’이란 용어가 사용되기 시작했다. 1882년(고종 19) 『승정원일기(承政院日記)의 “상(上)이 이르기를 “궁합(宮合)은 어떠한가?”하니, 안경린 등이 아뢰기를 “복덕(福德)의 궁합입니다. 천지가 덕을 합하여 만물이 의뢰하여 살아가니, 수부귀다남자(壽富貴多男子)의 격입니다.” 하였다.” 承政院日記 고종 19년 1월 15일(壬寅), “上曰, 宮合何如. 敬麟等曰, 福德宮合也. 天地合德 萬物資生 壽富貴多男子之格也.”
라는 기사에서 ‘궁합(宮合)’이란 용어가 공식적으로 나타난다.
1923년 간행된 『가정필요 백방길흉자해(百方吉凶自解)』에는 구궁궁합법․합혼개폐법과 다른 납음오행(納音五行)에 의거한 ‘궁합보는법’(신명서림편집부 1923:81-84)이 실려 있다. 1927년 이능화는 『조선여속고』의 <혼인구기(婚姻拘忌)>편에서 『천기대요』의 본명변괘기례(本命變卦起例)와 남녀구궁궁합법(男女九宮宮合法) 등을 인용해서 싣는 한편 궁합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술하며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하였다.
남녀의 사주팔자로 맞춰보는 궁합이란 것은 대개 중매쟁이․점쟁이 사이에 내려오는 관습으로 사람을 미혹케 하는 수단이라고 여겼다.
남녀궁합(男女宮合): 우리나라 남녀 혼가의 풍속에 궁합이 맞는지 여부를 꼭 보아 맞으면 백년해로하고, 맞지 않으면 생이별하거나 사별할까 두려워하니 궁(宮)이란 무엇인가? 곧 명궁(命宮)이다. 궁합이란 남녀의 명궁이 서로 맞아 하나도 흉살(凶煞)이나 상충(相衝)과 상극(相克)이 없음을 이른다. (…) 오행상극구기(五行相克拘忌): 우리나라 남녀 의혼(議婚)의 풍속에 먼저 사주팔자를 묻는다. 이것은 사주를 오행으로 보아 상극살(相克煞)을 서로 피하고자 함이나, 대개 매파나 점쟁이들 사이에 내려오는 관언(慣言)으로서 사람을 미혹케 하는 수단이다. (…) 열의 의혼에 아홉이 불합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것은 사소한 일이되 가정과 사회에 상당한 연관을 가지고 있으니 그 결과가 어떠하랴?(이능화 지음, 김상억 옮김 1990:203-214)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조선조까지는 혼인을 앞두고 가취점을 치는 것이 궁합보는 것을 대신해서 널리 행해졌다. 한편 서민층에서는 태어난 해의 지지(地支)인 띠만 갖고서 궁합을 맞춰보는 방법도 널리 애용되어왔다. “네 살 터울은 궁합을 볼 필요도 없이 좋다”, “소띠와 쥐띠는 좋지만 소띠와 말띠는 좋지 않다”는 등의 속언이 그것이다.
1919년에 발간된 『사주길흉자해법(四柱吉凶自解法)』에 ‘원진보는법(怨嗔法)’(박건회 1919)이 수록된 것도 바로 이런 경향 때문이다. 혼인을 앞둔 남녀의 궁합이 좋은지 나쁜지를 알려고 점을 치거나 띠를 맞춰보거나 사주를 보는 등 궁합을 보는 방법은 시대와 사람에 따라 각기 다르지만 궁합을 보는 풍속 자체는 생민(生民)의 시작인 혼인풍속이 생긴 이래 함께 존재해 왔던 것이다. 혼인할 남녀의 사주를 통해 혼인하면 앞으로 과연 잘살 수 있을지 미리 알아보고자 하는 것은 사람의 본래 마음이므로 현대사회에서도 변함없이 궁합풍속은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3. 궁합법의 유형
같은 궁합인데도 한쪽에서는 좋다고 하는데 다른 쪽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하는 까닭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궁합을 보는 방법이 여러 가지여서 그 중 어떤 방법으로 궁합을 보느냐 때문이다. 즉 궁합을 보는 관점과 방법이 무엇이냐에 따라서 궁합의 길흉이 전혀 다르게 나오는 경우가 매우 많다. 그러므로 궁합을 보는 방법에는 지금까지 어떤 게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궁합풍속을 연구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예부터 전래되어 오늘날에도 성행하고 있는 궁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크게 구궁(九宮) 궁합법, 납음오행(納音五行) 궁합법, 신살(神殺) 궁합법, 사주(四柱) 궁합법 등이 있다. 시대 상황이 변화됨에 따라 궁합법도 많이 변천되었는데, 현대사회에서는 사주 궁합법이 더욱 정교화․체계화되면서 가장 주요하게 활용되고 있다.(남기동․김만태 2018, 장호갑․박재범 2023)
3.1 구궁(九宮) 궁합법
한나라 때부터 흉노가 황실에 청혼을 해 오자 이를 거절할 핑계로 삼으려고 당나라 때 여재가 합혼개폐법 합혼개폐법(合婚開閉法): 여자 나이를 기준하여 몇 살에 혼인하면 좋고 나쁜가를 대개(大開)․반개(半開)․폐개(閉開)로 나누어 살펴보는 법이다.
과 더불어 구궁 궁합법을 창안했다고 하나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 『천기대요』에 수록된 구궁궁합법의 내용을 살펴보자.
상원갑자 상원갑자(上元甲子): 1864-1923년, 중원갑자(中元甲子): 1924-1983년, 하원갑자(下元甲子): 1984-2043년.
에 드는 남자는 구궁도(九宮圖)의 七宮(兌)에 갑자(甲子)를 붙여 구궁(九宮)을 거꾸로 짚어 나가고(逆行) 여자는 五宮(中)에 갑자를 붙여 구궁을 바로 짚어 나가고(順行), 중원갑자에 드는 남자는 一宮(坎)에 갑자를 붙여 구궁을 거꾸로 짚어 나가고(逆行) 여자는 二宮(坤)에 갑자를 붙여 구궁을 바로 짚어 나가고(順行), 하원갑자에 드는 남자는 四宮(巽)에 갑자를 붙여 구궁을 거꾸로 짚어 나가고(逆行) 여자는 八宮(艮)에 갑자를 붙여 구궁을 바로 짚어 나간다(順行).
이와 같이 하여 남녀가 각각 본명(本命)이 닿은 궁(宮)으로 괘(卦)를 만들어 생기법(生氣法)으로 따져나간다. 그리하여 생기(生氣)와 복덕(福德)이 되면 대길(大吉)한 궁합이라 하고, 천의(天醫)가 되면 소길(小吉)하고, 본궁(本宮)이 되면 평상(平常)하고, 절체(絶體)나 유혼(遊魂)이 되면 무해(無害)하고, 귀혼(歸魂)이 되면 소흉(小凶)하고, 화해(禍害)나 절명(絶命)이 되면 대흉(大凶)한 궁합이라고 한다.
3.2 납음오행(納音五行) 궁합법
납음오행 궁합법은 <표 1>에서 보는 생년간지의 납음오행(納音五行)이 그 기준이다. 남녀 간 납음오행의 생극(生克) 관계로써 궁합의 길흉을 판단하는 방법이다. 생년간지의 납음오행이 남녀 간에 상생 관계이면 좋고, 상극 관계이면 나쁘며, 상극이라도 남자가 여자를 극하는 관계는 무난하고, 오행이 같은 비화(比和) 관계가 되면 토(土)와 수(水)의 비화는 좋으나 금(金)․목(木)․화(火)의 비화는 나쁘다고 본다. 비화 관계는 땅은 합칠수록 넓어지고, 시냇물이 모여 큰 강물을 이루고, 쇠와 쇠가 부딪히면 시끄러운 소리가 나고, 나무끼리는 자기가 먼저 높이 뻗으려 하고, 불끼리 만나면 더욱 불같은 성질이 되는 이치와 같다.
구궁 궁합법보다 납음오행 궁합법이 민간에서 보다 널리 활용되었다. 왜냐하면 납음오행의 생극(生剋) 관계로 궁합보는 것이 구궁을 순역(順逆)으로 짚어서 궁합보는 것보다 더욱 쉽고 간편하기 때문이다. <오음합혼길흉>이라 해서 한글로 필사한 납음오행 궁합 책자가 전해 오고, 1900년대 초반부터 발행되기 시작한 각종 가정백방길흉 책들에도 납음오행으로 궁합보는 법이 거의 빠짐없이 수록되어 전해 오는 것을 봐도 납음오행 궁합이 세간에서 더 많이 애용되었음을 잘 알 수 있다.
3.3 신살(神殺) 궁합법
사주명리와 민간신앙에서 흔히 사용하는 용어인 신살(神殺)이란 음양(陰陽)의 소식(消息)과 오행간지(五行干支)의 생극제화(生剋制化)와 합충(合衝)을 제외한 모든 사주 간명(看命) 요소들이다. 그중에서 신(神)은 사람에게 길한 작용을 하고 살(殺)은 흉한 작용을 한다. 그래서 길신(吉神)과 흉살(凶殺)이라고 하고 이것을 합쳐서 신살(神殺)이라고 부르는데, 길신보다 흉살이 훨씬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김만태 2025: 243)
특히 당대(唐代)에 이르러 황도 상에 있는 12개의 별자리인 황도12궁 관념이 서역으로부터 본격적으로 유입되면서 목성의 공전 주기인 12년에 따른 중국의 12지 관념과 결합되었다. 이에 따라 당사주(唐四柱)처럼 사람이 태어난 해의 12지(支)인 열두 띠를 중심으로 해서 사람의 운명을 점치려는 술법들이 대거 등장하였다. 이즈음 생년지(生年支)인 띠를 기준으로 생년지의 삼합(三合)에서 각종 신살(神殺)들을 조합해서 운명의 길흉을 판단하는 데 중요하게 사용하였다. 이런 유속(遺俗)으로 말미암아 지금까지도 남녀 간의 띠를 갖고서 궁합의 길흉을 판단하려는 풍속이 널리 전해지고 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게 바로 원진살(怨嗔殺)이다. 이능화도 “우리 혼가 풍속에서 원진을 꺼리니 원진은 곧 성상(星相)의 흉살(凶煞)을 일컫는다.”(이능화 지음, 김상억 옮김 1990:207)라고 하였다. 12지를 짐승에 분류하고, 이 12지에 속한 짐승끼리는 서로 미워하는[憎惡] 관계가 형성된다. 그러므로 이 관계를 원진(怨嗔)이라고 하는데 이 살은 사주와 남녀궁합 등에서 참고한다. ‘怨嗔’을 보통 쓰기 쉽게 ‘元嗔’(원진)이라 많이 쓴다.(조성우․한중수 1994:705) 원진살은 미워하고 원망하는 살로 부모 불친하고 형제 불화하고 부부 생이별․사별, 자녀 불순․불효, 무자(無子)하게 되고 기타 실패․불구․단명․질병․수술․색난 등으로 일생 불행스럽게 살아간다는 최대 흉악살이다. 특히 부부궁에 권태가 잘 생기고 성생활이 맞지 않아 외도를 많이 하거나 남자는 첩을 얻으며, 여자는 정부를 두고 사는 수가 많다. 별거 생활도 해본다.(박흥식 1996:88) 원진살을 구체적으로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서기양두각(鼠忌羊頭角) ― 쥐(子)는 양(未)이 뿔난 것을 미워한다.(子―未)
우진마불경(牛嗔馬不耕) ― 소(丑)는 말(午)이 밭 갈지 않고 노는 것을 노여워한다.(丑―午)
호혐계취단(虎嫌鷄嘴短) ― 호랑이(寅)는 닭(酉)의 부리가 짧은 것을 싫어한다.(寅―酉)
토한후불평(兎恨猴不平) ― 토끼(卯)는 원숭이(申)의 허리가 굽은 것을 원망한다.(卯―申)
용증저면흑(龍憎猪面黑) ― 용(辰)은 돼지(亥)의 얼굴이 검은 것을 미워한다.(辰―亥)
사경견폐성(蛇驚犬吠聲) ― 뱀(巳)은 개(戌)의 짖는 소리에 놀란다.(巳―戌)
남녀의 띠를 맞추어 보아 서로 원진이 되는 이들이 혼인하면 부부간에 평생 불화하여 생이별하거나 사별한다고 여겨 궁합에서 이를 매우 꺼리는 풍속이 지금도 존재한다. 사주길흉자해법(1919)에 ‘원진보법(怨嗔法)’(박건회 1919)이 수록된 것도 바로 이런 오랜 궁합풍속을 반영한 결과이다. 흔히 쥐띠와 양띠, 소띠와 말띠, 호랑이띠와 닭띠, 토끼띠와 원숭이띠, 용띠와 돼지띠, 뱀띠와 개띠끼리는 궁합이 좋지 않아서 혼인하지 않는다는 세간의 믿음은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신살을 갖고서 사람의 운명이나 궁합의 길흉을 논하는 것에 대해서는 오래전부터 많은 비판이 있었다.
3.4 사주(四柱) 궁합법
남녀의 생년지인 띠만 가지고 구궁이나 납음오행․신살로써 서로의 궁합이 좋은지 나쁜지를 맞춰보는 방법은 서로의 사주팔자를 완전히 알지 않더라도 볼 수 있고, 보는 방법 또한 매우 간편한 이점이 있다. 그런 반면 앞으로 부부생활의 길흉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고 믿어지는 궁합을 그릇되게 판단해서 오히려 불행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비판도 만만찮았다.
대만의 원수산(袁樹珊)도 “삼원구궁(三元九宮)의 상중하혼(上中下婚)과 골수파(骨髓破)․철소추(鐵掃箒) 등 모든 악살(惡煞)의 설은 조금도 올바른 이치가 없으니 절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袁樹珊 1996:314) 命理探原 <論男女合婚法>, “若夫三元九宮, 上中下婚, 及骨髓破, 鐵掃箒, 諸般惡煞之說, 毫無義理, 萬不可信.”라고 하였다.
궁합을 본다는 것은 혼인할 남자와 여자가 서로 어떠한 조화를 이루는지를 보는 것인데 태어난 생년인 띠 하나만으로 궁합을 보는 것은 한마디로 장님이 코끼리 다리만 만져보고 코끼리가 기둥같이 생겼다고 말하는 격으로서 정확성과는 거리가 아주 멀다. 그러므로 한 사람을 대표할 수 있는 사주인 태어난 연월일시의 자료가 먼저 완벽하게 갖추어져야 제대로 궁합을 볼 수 있는 1차 조건이 된다.(오상익 2003:164-165)
그래서 명대(明代)의 장남(張楠)은 그의 저술 『명리정종(命理正宗)』에서 “어찌 남녀의 나이만 가지고 월일시는 버리고서 사람의 혼배를 논할 수 있겠는가? 만약 이 설이 이치에 맞다면 (…) 천하에 남편을 잃은 여자도 없고, 아내를 잃은 남자도 없을 것이니 어찌 후세에 홀아비와 과부의 근심이 있겠는가?”(張楠 2001:19) 標點命理正宗 <男女合婚說>, “安可只以男女二年命, 舍去月與日時, 而能論人婚配者乎? 若是有理, (…) 宜乎天下無失婚之婦, 喪偶之男矣, 夫何後世又有孤孀之患者?”
라고 하면서 띠만 갖고 보는 기존 궁합법을 비판하고 중화(中和)의 이치에 의거해서 사주 전체를 갖고 궁합의 길흉을 판단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였다.(張楠 2001:19-20)
요약하면 여자 사주에서는 부성(夫星)인 관성(官星)과 자성(子星)인 식상(食傷)이 중요하고 남자 사주에서는 중화(中和)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남자 사주에 비견(比肩)과 겁재(劫財)가 많으면 반드시 상관(傷官)과 식신(食神)이 많은 여자를 배우자로 삼아야 하고, 여자 사주에 상관과 식신이 많으면 반드시 비견과 겁재가 많은 남자를 배우자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 궁합의 올바른 이치라는 것이다.
원수산도 『명리탐원(命理探原)』(1912)에서 “생년월일시의 간지 여덟 글자와 오행의 생극(生剋)으로써 명(命)의 길흉을 살펴야 비로소 그 부족함을 헤아릴 수 있으니 어찌 생일시(生日時) 등 여섯 글자를 버릴 수가 있으며, 생년월지(生年月支) 두 글자만 갖고서 어찌 화복(禍福)을 판단할 수 있겠는가”(袁樹珊 1996:312) 命理探原 <論男女合婚法>, “夫以年月日時幹枝八字, 及五行生剋, 論人吉凶, 猶虞不足, 豈可棄日時等六字, 只論年月二字, 卽可判斷災祥乎.”
라고 하였다.
명대(明代)의 유백온(劉伯溫)이 짓고 청대(淸代)의 진소암(陳素庵)이 집주(輯注)한 『적천수집요(滴天髓輯要)』 <육친론(六親論)>에서도 같은 논리를 펼치고 있다. 부부의 인연은 전생에서부터 비롯된 것이라고 하면서 남자의 경우 사주에서 재성(財星)의 상태로 처(妻)의 길흉을 살피는데 재성이 희신(喜神)이면 부귀하고 처가 아름다우며 부부간에 화목하다고 하였다.(劉伯溫 저, 陳素庵 집주 1979:41) 滴天髓輯要, “<夫妻姻緣宿世來, 喜神有意傍妻財> 局中有喜神, 一生富貴在於是, 妻子在於是. 大率依財看妻, 如喜神即是財神, 其妻美而且富貴. 喜神與財神不相妒忌亦可, 否則剋妻, 或不美, 或欠和.”
지금까지 살펴본 사주 궁합법의 내용을 총정리하면 대략 다음과 같다.(남기동 2019, 김만태 2025:151)
부부의 궁합을 판단함에 있어 배우자의 궁(宮)과 성(星)은 모두 중요하지만, 배우자 궁인 일지(日支)는 배우자가 머무는 집이라 할 수 있기 때문에 배우자 궁(宮)이 성(星)보다 더욱 중요하다. 배우자 인연이 나쁜 사주들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고 있다. 이 반대일수록 배우자 인연이 좋은 사주들이다.
① 배우자 궁(宮)인 일지(日支)가 일간(日干)과 오행이 같은 간여지동(干與支同)이 되는 경우에 배우자 인연이 가장 불안정하였다. 왜냐하면 배우자 궁(宮)인 일지(日支)는 배우자 성(星)이 위치해야 할 장소인데, 일주(日柱)가 간여지동(干與支同)이 되는 경우 일지(日支)가 일간(日干) 본인과 같은 오행이 됨으로써 본인인 일간(日干)의 주장이 더욱 강하여 부부간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에 부부 불화의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판단된다.
② 일지가 다른 지지와 충·해·파·원진·형살·귀문관살 등이 되는 경우로 이때도 배우자 인연에 부정적으로 작용하였다.
③ 일지가 배우자 성(星, 남편의 경우는 재성, 부인의 경우는 관성)의 절지나 묘지가 되는 경우도 배우자 인연이 좋지 않았다.
④ 배우자 성이 미약한 경우, ⑤ 배우자 성이 공망·편중·혼잡·원진·백호살이 되는 경우, ⑥ 배우자 성이 절지나 묘지에 있는 경우도 배우자 인연이 좋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배우자 성이 뿌리를 내리지 못하여 미약하거나 묘절지(墓絶支)에 임하거나 설기(洩氣)가 심하거나 파극(破剋)이 되어 미약한 경우에는 그 배우자성이 사주 내에서 지리멸렬하기 쉬우므로 부부 이별의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판단된다.
⑦ 본인(일간)과 같은 오행이 많은 경우인데 특히 남자의 경우 더욱 그러하다. ⑧ 여자는 일간 즉 본인이 생해주는 오행인 식상(食傷)이 많거나 일지에 식상이 있는 경우 배우자 인연이 좋지 않았다.
⑨ 배우자 궁의 오행이 다른 간지에 많이 있는 경우에도 이별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는 배우자가 둘 이상임을 의미하며 한 배우자와의 이별을 의미한다.
4. 궁합풍속의 변화 양상
예부터 전래되어 오는 오늘날의 궁합법에는 크게 구궁(九宮) 궁합법, 납음오행(納音五行) 궁합법, 신살(神殺) 궁합법, 사주(四柱) 궁합법 등이 있음을 살펴봤다. 궁합의 좋고 나쁨을 가리는 관점과 방법이 각기 다르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궁합법에는 변화가 있다.
전통사회에서는 남녀의 나이만 갖고서 생기의 길한 궁합에서 절명의 흉한 궁합까지로 단순하게 3등급으로 나누는 구궁 궁합법이나 남녀 간 생년간지의 납음오행의 생극 관계로써 궁합의 길흉을 가리는 납음오행 궁합법, 남녀 간에 생년지인 띠를 맞추어 보아 서로 원진살이 되면 혼인을 꺼리는 신살 궁합법이 주류를 이루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원진살 궁합법이 항간에 존재하는 한편, 남녀의 생년월일시 사주 모두를 대조해서 서로 간에 음양오행이 모자라지 않고 재관인식의 세력이 고르다면 중화의 기를 얻게 되므로 좋은 궁합이라고 보는 방법이 점점 강조되어 가는 추세이다.
전통사회에서는 남녀 간에 궁합이 나쁘다면 혼인을 절대 하지 않았으나 오늘날에는 문명적 사고의 영향으로 설령 궁합이 좋지 않다고 하더라도 혼인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맞선을 보고나서 곧이어 궁합을 보는 경우에는 궁합이 나쁘다고 사주 간명자(看命者)가 말해주면 예전처럼 대부분 혼인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남녀 두 사람이 이미 사귀다가 궁합을 보러오는 경우에는 궁합이 나쁘다고 사주 간명자가 아무리 말해주더라도 대부분 자신들의 의지대로 혼인을 추진한다.
궁합의 본래 의미는 혼인을 앞둔 남녀의 배우자운을 미리 알아보고 그 길흉을 판단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궁합의 의미와 활용도가 예전에 비해 크게 확장되었다. 이익사회로 변함에 따라 오늘날 인간관계도 이해득실을 보다 중시하는 개인주의적․이해타산적․경쟁적인 인간관계로 변질되는 한편 그 형식적인 접촉 빈도수가 더욱 높아졌다. 이로 인해 인간관계 유지에 따른 현대인들의 정신적 긴장감․불안감도 크게 증가하였다.
그래서 예전에는 혼인을 하려는 남녀 간의 길흉 관계를 미리 알아보는 게 주된 목적이었던 궁합이 오늘날에는 고용주와 종업원, 직장동료 또는 동업자 간의 이해득실․관계지속․배신 여부 등을 미리 판단하는 데도 널리 활용되고 있다. 그리고 단순한 친구와 연인 사이에서도 궁합을 보는 일이 흔해졌다. 심지어 부모 자식 간에도 궁합을 봐서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지 손해가 되는지를 확인하려는 경향도 많아졌고 이미 혼인해서 살고 있는 부부 관계에서도 별거나 이혼 여부를 결정하기에 앞서 다시금 궁합을 보는 경우도 흔하다.
오늘날 궁합은 주로 남녀 간의 생리적 속궁합에서부터 사회적 겉궁합까지를 두루 의미하는 한편 부모 자식 사이나 형제간, 고용주와 종업원 간, 친구․애인이나 동료․동업자 간의 친소(親疎)․이해(利害)․득실(得失)을 나타내는 관계에도 확대 적용되고 있다. 즉, 궁합이란 게 본래의 의미처럼 남녀 간에 혼인을 앞두고서만 보는 게 아니고 부부가 함께 살고 있으면서도 앞으로 서로 관계가 좋을지 여부, 부모 자식 간에도 같이 사는 게 자신에게 좋을지 여부, 친구와 애인 관계가 잘 지속이 될지 여부, 고용주와 종업원 또는 직장동료․동업자 간에 별문제가 없이 서로 도움이 될지 여부를 미리 판단하는 데도 널리 활용되고 있다.
그리고 오늘날에는 궁합이란 용어가 혼인을 앞둔 남녀처럼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뿐만 아니라 ‘음식궁합’에서처럼 사물과 사물 간의 관계, ‘나와 궁합 맞는 펀드’에서처럼 사람과 사물 간의 관계에까지도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또한 아주 잘 맞는 궁합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찰떡궁합’이란 용례까지 근래에 생겨났다. 이처럼 넓은 의미의 궁합 개념으로 확장 변화된 것이 오늘날 궁합풍속의 가장 큰 특징이다.
궁합은 혼인을 하려는 남녀 서로의 생년월일시, 이른바 사주를 대조하여 부부 금실은 어떠하며 평생 해로할 수 있는지 등 장차 혼인생활의 길흉을 미리 점치는 것이다. 그러므로 전통사회에서는 궁합이 혼인 결정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쳐서 궁합이 좋지 않은 경우에는 혼인이 성사되지 않았다.
그러나 현대에 이르러 중매혼보다 자유혼 풍조가 널리 생겨나면서부터는 궁합이 좋다고 하는 경우에는 별다른 갈등의 소지가 없지만, 만일 궁합이 좋지 않다고 하는 경우에 그대로 혼인을 할 것인가를 두고서 부모와 혼인 당사가 간에 심각한 갈등이 빚어지는 경우가 많아졌다. 현대에 와서 궁합에 대한 신뢰성이 약화되긴 했지만 자신이 막상 궁합이 좋지 않은 경우의 부모나 혼인 당사자가 되었을 때는 적잖은 고민과 갈등을 하게 된다.
지금 시대에서 부부의 주된 이혼 사유는 성격 차이이며, 그 외 경제적 문제, 가족 간 불화, 배우자의 부정․외도, 정신적․육체적 학대 등이 있다. 부부간에 궁합이 맞으면 서로의 잘못을 덮어주고 웬만한 문제는 시비를 걸지 않고 그대로 넘어간다. 그러나 궁합이 맞지 않으면 사소한 일에도 시비가 걸리고 짜증을 부리게 된다. 결국 그 가정은 불행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최근 이혼 문제로 사주 상담을 하러 오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났다는 것도 이런 추세를 반영하는 것이다. 혼인이 인생에서 차지하는 의미가 매우 크다 보니 현대사회에서도 궁합 보는 것을 여전히 중요시하는 경우가 많다. 즉 이혼율과 비혼율이 높은 요즘 세태는 오히려 궁합의 필요성을 더욱 강조하는 추세로 작용할 수도 있다.
궁합을 볼 때 꺼리는 여성의 띠가 있는데 말띠(午)와 범띠(寅), 그중에서도 특히 백말띠(庚午)와 저녁에 난 범띠를 기피했다. 말띠 여성은 양기(陽氣)가 너무 강해서 오히려 남편의 기를 억누르므로 팔자가 드세고, 범띠 여성은 호환(虎患)이란 말에서 알 수 있듯 호랑이처럼 사나울 것이라는 속신 때문이다. 그래서 말띠와 범띠 해에는 여아의 출생률이 상대적으로 낮아지고, 뱀띠(巳)와 소띠(丑) 해 섣달에는 여아의 출산이 부쩍 늘곤 한다. 이듬해가 말띠와 범띠 해이므로 여아라면 제왕절개를 해서라도 이들 띠를 피하려 하기 때문이다. 며느릿감으로 말띠나 범띠 여성을 꺼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보니 말띠 여성이 시어머니 될 사람으로부터 궁합 나쁘다는 소리를 들을까 봐 한 살을 낮춰 양띠(未)라고 속여 혼인했다가 이혼소송을 당하는 일도 있었다.
그러나 IMF 외환위기 후 고용시장의 불안정으로 점차 맞벌이 부부가 대세를 이루고, 여성의 적극적인 경제․사회활동을 선호하면서부터는 그동안 기가 셀 것 같아서 기피되어오던 띠들도 이제는 아무렇지 않거나 오히려 각광 받는 쪽으로 시류가 변하고 있다. 즉 예전에는 백말띠와 밤에 태어난 범띠 여성은 팔자가 세고 남자를 이기려 한다고 해서 꺼리곤 했는데 요즘은 맞벌이 부부가 늘고 여성의 권위도 높아지면서 궁합 볼 때면 개의치 않고 오히려 반기는 추세로 변하고 있다.
5. 맺음말
인간의 삶에 있어서 시간(時間) 요소는 매우 결정적이고 아주 중요하다. 왜냐하면 시간은 일단 한번 지나고 나면 결코 되돌릴 수 없는 불가역적(不可逆的)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남녀가 만나 인생의 동반자를 이루는 혼인과 같은 일생의 중대한 행사 경우에는 미리 그 길흉 여부를 판단해보려는 경향이 시대를 초월하여 매우 강하다.
궁합의 본래 의미는 혼인을 앞둔 남녀의 사주를 가지고 배우자 운(運)을 미리 알아보고 그 길흉을 판단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궁합의 의미와 활용도가 예전에 비해 크게 확장되었다. 이익사회로 변함에 따라 오늘날 인간관계도 이해득실을 보다 중시하는 개인주의적․이해타산적․경쟁적인 인간관계로 변질되는 한편 그 형식적인 접촉 빈도수가 더욱 높아졌다. 이로 인해 인간관계 유지에 따른 현대인들의 정신적 긴장감․불안감도 크게 증가하였다.
그래서 예전에는 혼인을 하려는 남녀 간의 길흉 관계를 미리 알아보는 게 주목적이었던 궁합이 오늘날에는 고용주와 종업원, 직장동료 또는 동업자 간의 이해득실․관계지속․배신 여부 등을 미리 판단하는 데도 널리 활용되고 있다. 그리고 단순한 친구와 연인 사이에서도 궁합을 보는 일이 흔해졌으며, 심지어 부모와 자식 간에도 궁합을 봐서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지 손해가 되는지를 확인하려는 경향도 짙어졌다.
학술논문의 특성상 배우자 인연의 중시로서 궁합에 집중해서 본다면, 남녀의 생년월일시 사주 모두를 서로 대조해서 궁합을 봐야 한다는 것에 관해서는 대부분 동의하면서도 그 구체적인 방법론에 있어서는 약간씩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일간 또는 일지와 간합(干合)이나 육합(六合) 되는 날 또는 해에 출생한 사람, 자기 사주에 필요한 오행을 많이 포함하고 있는 사주를 가진 사람이 좋은 궁합이라고도 하고(백영관 1983:189), 용신(用神)이 같은 사람, 자신에게 없는 오행을 가진 사람, 계절이 서로 조화되는 사람이 좋은 궁합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중화(中和)를 최상의 이치로 여기고 달성하고자 하는 점에서는 모두 같으며 다르지 않다.
부부 궁합의 길흉을 판단함에 있어서 배우자의 궁(宮)과 성(星)은 모두 중요하지만, 배우자 궁인 일지(日支)는 배우자가 머무는 집이라 할 수 있기 때문에 배우자 궁(宮)이 성(星)보다 더욱 중요하다. 배우자인 부부 인연의 중시로서 궁합의 유래와 궁합법의 유형, 궁합풍속의 변화 양상 등에 살펴본 이 글을 통해 전생에서부터 비롯된 것이라고 하는 배우자 인연의 소중함에 대해 다시금 한번 더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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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종실록
세종실록
承政院日記
儀禮 「士昏禮」
爾雅
爾雅注疏
朱子語類
한국민속대백과사전(https://folkency.nfm.go.kr) 2025년 7월 12일 검색
【초록】
선남선녀가 만나 가정을 이루는 혼인(婚姻)과 같은 일생의 중대한 행사 경우에는 미리 그 길흉 여부를 판단해보려는 경향이 시대를 초월하여 매우 강하다. 궁합(宮合)의 본래 의미는 혼인을 앞둔 남녀의 사주(四柱)를 가지고 배우자 운(運)을 미리 알아보고 그 길흉을 판단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는 궁합을 혼인하려는 남녀 간의 관계에만 적용하는 게 아니라 부모 자식 사이나 형제간, 친구나 동료․동업자, 고용주와 종업원 간의 관계 등에도 확대 적용하고 있다. 단순한 친구와 연인 사이에서도 궁합을 보는 일이 흔해졌으며, 특정한 인간관계의 궁합을 봐서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지 손해가 되는지를 확인하려는 경향도 짙어졌다.
배우자 인연의 중시로서 궁합에 집중해서 본다면, 남녀의 생년월일시 사주 모두를 서로 대조해서 궁합을 봐야 한다는 것에 관해서는 대부분 동의하면서도 그 구체적인 방법에 있어서는 약간씩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중화(中和)를 최상의 이치로 여기고 달성하고자 하는 점에서는 모두 같다. 부부 궁합의 길흉을 판단함에 있어서 배우자의 궁(宮)과 성(星)은 모두 중요하지만, 배우자 궁인 일지(日支)는 배우자가 머무는 집이라 할 수 있기 때문에 배우자 궁(宮)이 성(星)보다 더욱 중요하다.
주제어 : 배우자, 부부, 궁합, 사주, 사주명리, 음양오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