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삼라만상, 즉 만물은 하늘과 땅․사람을 의미하는 천지인(天地人)의 세 가지 근원[三元]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하늘 천원(天元)은 시간(時間), 땅 지원(地元)은 공간(空間), 사람 인원(人元)은 인간(人間)을 구성하여 끊임없이 우주(宇宙)가 운행하고 생명이 순환합니다.
그런 가운데 사람이 순수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정신을 집중하고 정성을 가지면 천지의 자연(自然)이 거기에 공감(共感)하고 감응(感應)하여 조짐을 보여줍니다. 그것이 바로 괘(卦)와 효(爻)입니다.
주역(周易)은 주(周)나라 때의 역(易)이라는 뜻입니다. 역(易)은 ‘바꿀 역, 쉬울 이’의 뜻으로 변화(變化)한다는 의미와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래서 주역을 역경(易經, I Ching)이라고도 하며, the Book of Changes(변화에 관한 책)라고도 합니다. 주역은 유교 경전(經典)의 으뜸이며 동양 사상의 영원한 원천입니다.
기원전 1세기 사마천의 사기(史記)에는 공자(孔子, 기원전 551~479년)가 말년에 역(易)을 좋아하여 가죽끈이 세 번이나 떨어질 정도로 ‘주역’을 읽었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공자 같은 성인(聖人)도 가죽끈이 세 번이나 끊어질 정도로 역을 보았다는 고사는 그 사실성이 의심스럽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에게 ‘주역’이 얼마나 심오하고 난해한 책으로 비쳤는가를 잘 보여줍니다.
‘주역’의 기원과 저자에 대해, 전통적으로는 복희(伏羲, 기원전 2800년경)가 괘(卦)를 만들고, 문왕(文王, 기원전 1152~1056년)이 괘사(卦辭)를 짓고, 문왕의 아들 주공(周公)이 효사(爻辭)를 지었으며, 공자(孔子)가 십익(十翼)을 지음으로써, 네 분의 성인에 의해 현재의 ‘주역’이 완성되었다고 합니다.
이 말대로라면 ‘주역’은 인류 문화가 시작한 아득한 상고시대부터 기원하여 지금으로부터 3천여 년 전, 주나라의 초기에 그 골격이 갖춰지고 춘추시대의 공자에 의해서 완성되었으니, 모두 성인의 손으로 이루어진 신성한 글이 됩니다.
그러나 현대 학자들은 대부분 ‘주역’과 성인의 관련 문제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며 부정적인 시각에 서 있습니다. 성인이란 대체로 고대에 숭배하던 신(神)이 전환된 것으로 학자들은 설명합니다. 그래서 기원전 3세기 이후 진(秦)·한(漢) 시기에 복희·문왕·주공에서 공자에 이르는 역학(易學)의 계통을 후대 사람들이 지어냈다고 봅니다.
따라서 ‘주역’은 기원전 1천 년경 주나라에서 점(占)을 친 기록들이 오랜 시기에 걸쳐 편찬된 것으로서, 괘사와 효사는 주나라 초기에 형성되었고, 십익은 전국 말기에서 진한시대 사이에 이루어졌다고 봅니다(임채우 교수).
어느 한 민족의 초기 역사는 대부분 신화와 전설의 단계를 거칩니다. 신화를 역사적 사실로 보는 것을 ‘신화의 역사화’라고 합니다. 중국의 역사가, 사상가들 또한 신화를 역사적 사실로 간주하여 몇몇 시조와 그 발전 계보를 허구적으로 구성하였습니다(김원중 교수). ‘주역’의 기원도 이러한 ‘신화의 역사화’ 과정 일환에서 과대 포장되었습니다.
‘주역’의 체제는 크게 ‘역경(易經)’과 ‘역전(易傳)’의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역전(傳)이 역경(經) 속에 끼워져 들어간 것은 한(漢)나라 때부터입니다. 오늘날과 같은 체제로 단전(彖傳), 상전(象傳), 문언전(文言傳)을 역경 안에 끼워 넣는 형식이 정해진 것은 삼국시대 위(魏)나라의 왕필(王弼, 226~249년)에 의해서입니다. 이것이 당대(唐代)에 주역의 정본(正本)으로 확정됨으로써 현재 전해지고 있는 ‘주역’의 체제로 정해지게 되었습니다.
역경(易經)은 괘(卦)와 괘사(卦辭), 효사(爻辭)로 이루어진 원래의 주역입니다. 괘(卦)는 그 기원상에서 볼 때 일정한 방법에 의해 얻은 점복의 결과를 표시하는 기호로서, 먼저 8괘(소성괘)가 있고, 이 8괘를 아래위로 중첩해서 만든 64괘(대성괘)가 있습니다.
64괘는 상경에 30괘(중천건乾~중화리離), 하경에 34괘(택산함咸~화수미제未濟)가 배속되어 있습니다. 상경은 우주만물과 천지자연의 이치를, 하경은 인간사(人間事)와 인간사회의 법도를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괘사(卦辭)는 64괘 중 각 해당 괘의 길흉을 판단하는 점사(占辭)로서 64조가 있습니다. 효사(爻辭)는 한 괘의 각 여섯 효의 길흉을 판단하는 점사로서 384조(64괘×6효)가 있습니다.
역경을 이루는 괘와 괘사, 효사는 주역의 근간이 되는 부분이면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괘사와 효사는 내용상 상사(象辭)와 점사(占辭)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면 건(乾)괘의 맨아래 효인 초구(初九)의 효사 ‘잠겨있는 용이니 쓰지 말라(潛龍勿用)'에서 ‘잠겨있는 용'은 그 괘효의 상(象)을 말한 것이고 ‘쓰지 말라'는 것은 그 괘효의 길흉을 판단한 점(占)으로 보는 것입니다.
역전(易傳)은 보통 십익(十翼)이라 부르는데 역경의 이해를 돕기 위한 10편의 보조 문헌이라는 뜻입니다. 십익은 괘효사를 좀 더 알기 쉽게 풀이한 단전(彖傳), 상전(象傳), 문언전(文言傳, 건·곤), 주역의 전반적인 문제에 대해 체계적으로 설명한 계사전(繫辭傳, 상·하), 설괘전(說卦傳), 서괘전(序卦傳, 상·하), 잡괘전(雜卦傳) 등 7종 10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지금까지 ‘주역’의 기원은 허구이고 과장된 면이 비록 있으나 본래 ‘주역’은 점(占)을 치기 위한 책인 동시에 심오한 동양철학을 바탕으로 한 처세의 책이라는 점은 결코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주역’의 64괘와 384효에 담긴 삶의 지혜와 처세의 가르침에 대해 우리는 알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