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의 바탕인 훈민정음 제자(制字)의 철학적 배경은 『주역(周易)』과 『성리대전(性理大全)』이고 그 학문적 배경에는 중국 음운학과 송대 신유학이 있었다.
우주만물의 모든 이치는 역(易)의 논리 체계를 바탕으로 하여 전개되는 태극·음양·오행·삼재 등에 있다고 인식한 송대 신유학의 사유 체계가 훈민정음 창제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던 것이다.
『훈민정음』 제자해 첫머리에 이런 신유학적 우주 본체관이 잘 표현되어 있다.
천지의 이치[道]는 오로지 음양과 오행일 뿐이다. 곤(坤)과 복(復)의 사이에서 태극이 생겨나서, (태극이) 움직이고 멈춘 후에 음양이 생겨난다. 세상에 살고 있는 생명체가 어찌 음양을 버릴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사람의 소리[聲音]도 모두 음양의 이치[理]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생각하건대, 미처 사람이 살피지 못할 따름이다. 지금 훈민정음을 만드는 것은 처음부터 지혜로써 마련하고 애써 찾은 것이 아니라 소리에 따라 (본래부터 있던) 그 이치[理]를 다 밝혔을 따름이다.
天地之道, 一陰陽五行而已. 坤復之間爲太極, 而動靜之後爲陰陽. 凡有生類在天地之間者, 捨陰陽而何之. 故人之聲音, 皆有陰陽之理, 顧人不察耳. 今正音之作, 初非智營而力索, 但因其聲音而極其理而已. - 『훈민정음』 제자해
이러한 우주만물의 이치를 바탕으로 하여 훈민정음을 창제하였음을 제자해 여러 곳에서 천명하고 있다. 이렇듯 훈민정음의 제자 배경에는 송대 당시 도가(道家)와 불가(佛家)의 우주론을 수용하였던 신유학의 우주 본체관이 깊이 자리하였다.
현행 발음오행 성명학의 첫 번째 문제점인 후음(ㅇ ㅎ)과 순음(ㅁ ㅂ ㅍ)의 착종(錯綜)은 일제강점기 1940년 창씨개명 때부터 시작되었다.
현재 한국 작명업계와 작명 프로그램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한자 획수 기반의 ‘81수 원형이정 4격 작명법’은 일제강점기 창씨개명 시기에 일본에서 유입되었다.
이 작명법은 1929년 일본의 구마사키 겐오(熊﨑健翁)가 일본인의 성명을 판단하기 위해 고안하였다.
구마사키는 《성명의 신비(姓名の神祕)》(1929)에서 일본어의 히라가나와 가타카나를 오성(五性)으로 분류하면서 아(あア)행과 야(やヤ)행, 와(わワ)행은 토(土)성으로, 마(まマ)행과 파(波․はハ)행은 수(水)성으로 각각 배속하였다.
이런 일본식 성명 이론이 1940년 2월 조선총독부가 강제로 시행한 창씨개명(創氏改名)을 기점으로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전파되었다.
당시 일본 작명가들에게서 작명법을 배운 조선의 작명가들과 그 맥을 이은 오늘날 한국 작명가들은 검증 없이 그대로 이 이론을 답습해오고 있다.
그 결과 일본어 발음 체계에 기반을 둔 잘못된 작명법이 오늘날 시중의 작명소는 물론, 작명 앱과 프로그램에까지 고스란히 그대로 이어져 잘못 사용되고 있다.
자음의 오행 배속 비교
두 번째, 한글 모음(母音)의 오행을 완전히 배제한 채 오로지 자음의 오행만 적용하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 고찰하려면 『훈민정음』 제자해에 등장하는 중성(中聲) 모음의 제자(制字) 내용을 살펴봐야 한다.
음절(音節)을 구성하는 자음과 모음의 길이, 음향적 에너지 등을 고려해 볼 때 당연히 자음뿐만 아니라 모음도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초성 자음만 적용하는 현행 발음오행 성명학에서는 ‘가, 거, 고, 구, 규, 교, 그, 기’ 모두를 초성 자음인 ‘ㄱ’의 오행에 따라 일괄적으로 목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중성 모음의 오행을 함께 적용한다면 ‘가’는 목목, ‘거’는 목금, ‘고규’는 목수, ‘구교’는 목화, ‘그기’는 목토가 되는 것이다.
세 번째, 『훈민정음』 제자해의 합자(合字) 내용을 볼 때 첫소리(초성)의 오행만 적용할 뿐 끝소리(종성)의 오행도 거의 적용하지 않는 현행 발음오행 성명학은 매우 불합리하다. 왜냐하면 초성은 발동하고 종성은 이를 그치게 하는 상응(相應) 작용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발음오행 성명학적 측면에서 본다면 글자 안에서 첫소리(초성)와 같이 끝소리(종성)도 오행상 적용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초성 자음만 적용하는 현행 발음오행 성명학에서는 ‘강, 곤, 국, 금, 걸’ 모두를 초성 자음인 ‘ㄱ’의 오행에 따라 일괄적으로 목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훈민정음』 제자해의 내용에 따라 중성 모음과 종성 자음의 오행을 함께 적용한다면 ‘강’은 목목수, ‘곤’은 목수화, ‘국’은 목화목, ‘금’은 목토금, ‘걸’은 목금화가 된다.
한글 이름자의 중성 모음과 종성 자음의 오행도 함께 적용할 경우에는 초성 자음의 오행만을 적용하는 현행 발음오행 성명학에 비해 한글 이름자의 오행 양상이 매우 다양하게 되며 다섯 가지 오행의 천편일률적인 양상에서도 벗어날 수 있게 된다.
국보 제70호 『훈민정음해례』의 올바른 한글 자모음 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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