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러분의 이름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나요? 단순히 나를 지칭하는 호칭을 넘어, 이름은 우리 사회와 문화의 깊은 흔적을 담고 있습니다. 오늘은 현대 한국 사회에서 이름이 어떤 의미를 가지며,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그리고 그 속에서 한국인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특별한 신념들을 함께 살펴보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본 내용의 원문은 김만태 교수님의 KCI 학술논문
「현대 한국사회의 이름짓기(작명) 방법과 특성에 관한 고찰」 (종교연구 제65집, 2011년 12월)과
연구 단행본
「훈민정음 모자음오행 성명학」 (지식의 통섭, 2022년 6월)
등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이름을 갖게 됩니다. 이 이름은 타인과 나를 구별하는 가장 기본적인 표지이자 언어 부호입니다. 이름이 없는 사람은 없듯이, 이름은 인류 보편의 언어 현상이자 인류 공동체 특유의 사유 체계를 잘 보여주는 문화 현상입니다. 언어는 인간이 집단 속에서 형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문화 중 하나이며, 이름은 인류 역사의 여명기부터 창조적 사고와 더불어 전개되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리말의 ‘이름’은 “무엇이라고 말하다”는 의미의 ‘이르다’에서 파생된 명사입니다. 흥미롭게도 ‘성(姓)’은 여자(女)가 자식(生)을 낳아 공동체를 형성하고 혈족을 계승하던 모계 사회의 관념이 반영된 글자이며 , ‘명(名)’은 저녁(夕)에 어두워서 서로 잘 볼 수 없기 때문에 이름을 불러 상대를 확인하던 풍습에서 비롯된 글자입니다.
이름의 중요성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강조되어 왔습니다. 노자의 『도덕경』에는 “이름이 없으면 천지의 처음이고, 이름이 있으면 만물의 어머니이다”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또한 『구약성서』 <창세기>에서도 하느님께서 빛을 낮이라, 어둠을 밤이라 부르시고, 아담이 동물 하나하나에 이름을 붙여준 것이 그대로 그 동물의 이름이 되었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이는 이름이 사물의 본질을 표시하고, 이름을 안다는 것은 곧 그 사물의 내면 특성까지 간파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더 나아가 어떤 사물에 이름을 부여하는 것은 그 사물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을 넘어, 사물에 대한 지배권을 의미하며 창조의 한 과정에 속하는 것입니다.
개인의 이름은 그 사람이 누구인지를 밝히고 다른 사람과 구별시키는 일반적인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성경에서는 이름은 그 사람의 성격, 특성, 그리고 운명까지도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고 보았습니다. 이러한 인식은 동아시아 문화권에서도 마찬가지여서, 이름을 지을 때 신중하며 자녀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을 이름에 담습니다. 일단 한 번 지어진 이름은 수없이 불리며 당사자의 장차 입신출세와 부귀영화, 무병장수, 행복 등에 영향을 준다고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이름에 대한 이러한 믿음은 최근 한국 사회의 흥미로운 현상으로도 나타납니다. 바로 ‘개명’의 유행인데요. 대법원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09년까지 10년간 무려 84만 4615명이 개명 신청을 했다고 합니다. 이는 국민 60명 중 1명꼴로, 개명 신청의 직접적인 사유로 제시되지는 않지만, 성명학적으로 이름이 나쁘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사람들이 입신출세하고 부귀영화를 누리며 무병장수하기를 원하는 본능적인 바람이 이름에 대한 깊은 신뢰로 이어지는 것이죠.
이름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되기도 합니다. 태어났을 때 부모가 지어준 이름, 친구들이 부르는 별명/애칭, 그리고 생애가 끝났을 때 얻게 되는 명성입니다. 이 중에서 부모가 지어준 본명은 예부터 기복신앙적 의미로 채색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본명은 ‘수(壽)·부(富)·귀(貴)·다남자(多男子)’와 같은 세속적인 복을 기원하는 기복적 의미를 담아 지어졌습니다. 오래전부터 이름은 사람과 운명 간에 공명(共鳴) 작용을 한다고 인식되었기에 , 좋은 이름을 지어 본명인의 운로를 좋게 열고자 했습니다.
오늘날 한국인의 성명은 부계 혈통을 나타내는 성(姓)과 개인을 가리키는 이름[名]으로 구성됩니다. 성은 본관(本貫)과 결합하여 가문(家門)을 나타내고, 이름은 항렬(行列)을 통해 가문의 대수(代數)를 나타냅니다. 고려 초부터 성명이 지배층에 일반화되기 시작했으며, 인구 증가와 사회 다변화에 따라 성과 본관도 세분화를 거듭해왔습니다. 국가에 공로가 있거나 귀화한 사람에게 성을 하사하는 사성(賜姓) 제도도 새로운 성씨가 생겨나는 데 기여했습니다. 2003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286개 성씨와 4179개 본관이 조사되었습니다.
한국인의 이름은 본래 토착어인 알타이어 계통으로 추정되지만, 한자 유입과 성의 보급에 따라 점차 한자식 이름으로 바뀌었습니다. 『삼국사기』에 나오는 ‘거칠부’와 ‘황종’의 예처럼, 우리말 소리를 한자로 표기하거나 그 뜻을 번역하여 표기하는 방식이 사용되었습니다. 『조선왕조실록』 태종 13년(1413)의 기록을 보면 김영부(金英富), 임전(任腆)과 같은 한자식 성명과 신가구지(申加究之), 이어구지(李於仇知)처럼 성에 토착어 이름이 붙여진 형태가 공존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연산군 6년(1500)의 기록에서도 윤필상(尹弼商) 같은 한자식 성명과 구자모지(仇自毛知)와 같은 토착어 이름이 함께 나타납니다. 이러한 기록들을 통해 볼 때 고려 시대 이후로 토착어 이름은 줄어들고 한자식 성명을 짓는 경향이 강해졌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작명, 이름 짓기는 크게 두 가지 경향으로 나뉩니다. 첫째는 가문의 항렬자를 따르는 것이고, 둘째는 항렬자를 따르지 않는 것입니다. 항렬자를 따르는 방식은 주로 양민 이상의 남성들에게 적용되었으며, 오행(五行)을 기준으로 하거나, 천간(天干), 지지(地支), 숫자(數字), 덕목(德目) 문구를 기준으로 하거나, 이들을 절충하는 방식으로 세분됩니다. 항렬자를 따르지 않는 경우는 출생 상황(태몽, 시기, 장소, 서열)을 반영하거나, 부모의 소망이나 감정을 반영하고, 외모나 재능상의 특징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구분됩니다. 대부분의 항렬자는 오행의 상생 배열을 따르는 것이 일반적인 경향입니다.
선호하는 이름자도 시대에 따라 변화해왔습니다. 대법원의 출생 신고 이름 분석 결과를 보면 이러한 변화를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1945년에는 남자아이 이름으로 '영(永)'자가 들어간 영수, 영호, 영식 등이 많았고, 여자아이 이름은 영자, 정자, 순자, 춘자, 경자, 옥자 등 '자(子)'자를 쓴 이름이 압도적이었습니다. 1975년에는 남자아이는 정훈, 성호, 성훈, 성진 등 '성'자가, 여자아이는 미영, 은정, 은주, 은영 등 '은'자가 인기였습니다. 2006년에는 남자아이 이름으로 민준, 민재, 지훈, 현우, 준서 순으로, 여자아이는 서연, 민서, 수빈, 서현, 민지 순으로 인기가 많았습니다.
1980년대부터는 한글의 우수성과 순수하고 친근한 느낌 때문에 젊은 부부들 사이에서 한글 이름 짓기가 크게 유행했습니다. 이슬, 슬기, 초롱, 한별, 별님, 꽃님, 엄지, 반지, 아람, 우람, 보람, 힘찬, 겨울, 하늘, 나루, 나리, 잔디 등 다양한 한글 이름이 특히 여자아이를 중심으로 많이 지어졌습니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부터 아이들이 성장하여 사회 활동을 시작하면서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한글 이름이 놀림감이 되거나, 가벼워 보이고, 너무 흔하며 사용에 불편하다는 등의 이유로 오히려 한글 이름을 한자 이름(민준, 현우, 서연, 민서 등)으로 개명하는 경우가 늘어났습니다. 한글 이름이 아이에게는 귀엽고 예쁘지만, 성인에게는 유치하고 권위가 없어 보인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한자 문화권인 우리나라 사회생활에서는 한자 이름이 필요한 경우가 많아 불편함이 따릅니다. 특히 중국이나 일본 등 한자 문화권 국가로 유학이나 출장을 갈 경우에는 한자 이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한글의 우수성과는 별개로, 실제 생활에서는 한자 이름이 여전히 더 선호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법원도 한글 이름에서 한자 이름으로의 개명은 비교적 잘 허가해 주는 반면, 한자 이름에서 한글 이름으로의 개명은 좀처럼 허가해 주지 않는 편입니다. 이러한 사회적 여건 속에서 한자 이름이 여전히 선호된다는 점은 현대 한국 사회의 작명, 이름 짓기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입니다.
좋은 이름이란 이름 주인공에게 맞는 좋은 기운을 지닌 이름입니다.
이름은 후천적으로 얻는 요소입니다.
그러므로 이름 주인공이 선천적으로 갖고 태어난 기운을 보완해서 중화(中和)를 이루는 이름이 가장 좋은 이름입니다.
그리고 부르기 쉽고 듣기 좋아야 하며, 시대에 맞고 너무 흔하지 않아야 합니다.
일단 한번 지어지면 수없이 불러지는 이름은 그 사람의 일부가 되어서 음양오행의 기운을 담아 그 사람의 특성을 밖으로 드러내는 역할을 합니다.
이름이 사람의 운명을 절대적으로 좌우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선천적인 사주를 후천적으로 보완하여 음양오행의 중화(中和)에 이르게 하는 변수로서 당사자의 전공과 직업, 배우자와의 궁합, 풍수지리적 환경 등과 더불어 '이름'이라는 성명학적 요소를 결코 빼놓을 수는 없습니다.
작명이나 개명을 할 때 ‘좋은 이름을 짓는 원칙과 그 방법’은 크게 5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째, 반드시 올바른 작명법으로 지어야 합니다.
둘째, 타고난 사주와 조화가 되어야 합니다.
셋째, 부르기 쉬워야 합니다.
넷째, 듣기 좋고 의미가 좋아야 합니다.
다섯째, 세련되어야 하고, 너무 흔하지 않아야 합니다.
이름은 단순한 부름을 넘어, 개인의 정체성, 가문의 역사, 그리고 사회 공동체의 가치관과 신념을 담아내는 그릇입니다. 한국 사회의 이름 짓기, 작명에는 오랜 역사와 문화, 그리고 현세의 행복을 기원하는 기복신앙적 관점이 깊이 스며들어 있습니다. 여러분의 이름 속에 담긴 의미는 무엇인지, 그리고 한국 사회의 작명, 이름 짓기가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지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셨기를 바랍니다. 다음에도 흥미로운 주제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