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간에는 음양과 오행, 천지인 삼원의 체계와 의미에 관하여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본 내용의 원문은 김만태 교수님의 KCI 학술논문,
「한글에 함축된 음양 배속, 오행 상생, 천지인 삼원 사상 고찰」 (한국민족문화 제81집, 부산대학교 한국민족문화연구소, 2022년 3월)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우주(宇宙)에서 ‘우(宇)’는 상하사방으로 이루어진 구조 공간을 말하고, ‘주(宙)’는 그러한 구조 공간 속에서 만물이 그 공간체의 운행 추이에 따라 변화 생성해 가면서 엮어 내는 시간의 지속성을 말한다. 공간을 뜻하는 ‘우’ 자체가 이미 유한한 구조이므로 그 속에서의 시간의 흐름은 오직 궤도적 순환을 통해서만 영원할 수 있다.
우주 만물과 자연을 관찰하는 동양의 기본적 사유 방법은 일본만수(一本萬殊)이다. 근본은 하나로서 같으나 드러나는 현상은 여러 가지로 모두 다르다는 뜻이다. 그래서 하나로써 온갖 가지를 다 유추할 수 있다고 본다. 한 모금의 적은 바닷물로도 바닷물 전체가 짜다는 것을 알 수 있다는 활관(豁觀)이다. 동양의 유기적 사유 방법은 질적(質的)이며 연역적(演繹的)으로 추론하는 것이다.
이런 사유는 월인천강(月印千江)과 만법귀일(萬法歸一)과도 서로 통한다. 하늘에 있는 달은 하나인데 천 개의 강과 만 개의 호수에도 달이 떠 있다. 그렇게 수많은 달은 모두 하늘에 떠 있는 하나의 달에서 비롯된 것이다. 모든 이치는 반드시 한 군데로 되돌아간다.
이런 동양적 사유의 체계로서 음양과 오행, 천지인 삼원이 있다. 음양과 오행, 천지인 삼원은 구체적 질료(質料)에서 점점 추상적 관념이 되었기에 그 상상에 가해지는 제약도 작았고 강한 해석력을 가지게 되었으며 많은 사물과 현상들이 이와 연관을 맺게 되었다.
1. 삼라만상의 음양 배속
성리학의 우주론에 있어서 리기(理氣)가 기본 개념이라고 한다면 태극음양(太極陰陽)은 최고 개념이라 할 수 있다. 태극은 우주 최고의 본체이자 우주 전체를 나타내는 말이며, 음양은 속성이 상반된 두 가지 물질적 실체로서 서로 대립되거나 서로 보충하는 두 가지 기(氣)를 가리킨다.
음양은 본디 특별한 의미가 없는 소박한 개념이었다. 이 당시의 음양 관념은 해와 달, 낮과 밤처럼 서로 대응하고 있는 자연현상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의 인지가 점점 발달하면서 하늘과 땅, 불과 물, 수컷과 암컷 등등 세상은 온통 이렇게 대응하는 짝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음양은 점차 천지 사이에 실체적으로 존재하는 두 가지 성질의 기로 인식되었다. 그 결과 전국시대에 이르러 음양 관념은 점차 복잡해지고 자연적 속성에서 추상적 사유로 변화되어 가기 시작했다.
음양은 흑백의 논리처럼 고정된 절대의 세계가 아니라 마주 보는 대상과 함께 어우러져 작용하는 상화(相和)의 세계이다. 이를 도형으로 나타내면 ◐나 ◑가 아니라 태극 문양이다. 음 속에 양이 있고 양 속에 음이 있으며, 음이 지극하면 양이 되고(陰極陽生) 양이 지극하면 음이 되는(陽極陰生) 것이다.
형(形)과 상(象)은 음양의 속성이다. 형은 쓰임새[用]이고 상은 본체로서 짜임새[體]이다. 형은 외면에 나타난 모양으로 물질이고, 상은 그 형태 안에 존재하는 정신이다. 형을 잘 통찰하여야 상을 볼 수 있다. 보이지 않는 것을 꿰뚫어 보는 것을 추상(抽象)이라 한다. 눈에 보이는 모습인 형(形)을 바라보고 그 안에 질서로 존재하는 상(象)을 파악해야 만이 우주의 실상을 온전히 파악한다.
2. 우주 만물의 오행 상생과 상극
오행이란 우주 만물을 구성하는 기본요소인 목화토금수(木火土金水)의 다섯[五] 가지 기운이 순환, 운행[行]함을 말한다. 오행은 음양과 비슷하게 처음에는 자연주의적 색채가 농후한 관념으로서 물, 불, 나무, 쇠, 흙 등 자연계에 존재하며 인간 생활에 필요한 5가지 기본물질인 오재(五材)를 의미했다. 하지만 전국시대에 이르러 소박했던 오행 관념도 점차 추상화되면서 많은 사물, 현상들과 연관되기 시작하였다.
오행에 관한 초기 문헌인 [상서(尙書)] 주서(周書) 홍범(洪範)은 오행을 상세하고 체계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홍범구주(洪範九疇)는 사람이 살아가는 데 중요한 아홉 가지 기본원리인데 그중에서 첫 번째로 오행을 언급하고 있다.
오행의 첫째는 물(水)이고 둘째는 불(火)이고 셋째는 나무(木)이고 넷째는 쇠(金)이고 다섯째는 흙(土)이다. 물은 아래로 젖어들고, 불은 위로 타오르고, 나무는 휘고 곧으며, 쇠는 따르며 바뀌고, 흙은 기르고 거둔다. 아래로 젖어드는 것은 짠맛이 되고, 위로 타오르는 것은 쓴맛이 되고, 굽고 곧은 것은 신맛이 되고, 따르고 바뀌는 것은 매운맛이 되고, 기르고 거두는 것은 단맛이 된다. 오행의 각 특성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오행은 서로(相) 생(生)하고 극(剋)하면서 함께 순환하고 발전해나간다. 생은 낳아서 자라도록 해준다는 의미이고, 극은 함부로 못하도록 통제한다는 의미인데, 생은 좋고 극은 나쁘다는 단순한 의미가 결코 아니다. 상생과 상극은 ‘서로 상(相)’이 의미하는 것처럼 일방적이며 절대적인 관계가 아니라 상호적이며 상대적인 관계이다.
오행에서도 조화, 균형이 중요하다. 서로 성장할 수 있도록 생하는 기운도 너무 지나치면 오히려 해침이 되며, 서로 통제하며 극하는 기운도 적절하면 오히려 도움이 된다. 부모의 지나친 관심과 사랑이 오히려 자식을 망치고, 적절한 통제와 훈육이 자식을 올바로 자라게 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3. 하늘과 땅, 사람의 천지인 삼원
본래 소박한 자연관에 불과했던 음양오행론은 전국 말기 추연(鄒衍)에 의해 자연주의 색채를 벗었으며, 이후 음양오행론이 점점 성행함에 따라 더 많은 사물에 음양오행의 의미가 부여되었다. 음양오행론의 외연적 확대 적용이 더욱 구체적으로 나타난 것은 한대(漢代) 초 동중서(董仲舒)부터이다. 그는 먼저 하늘에는 열 가지 단서가 있는데 천(天), 지(地), 음(陰), 양(陽), 화(火, 금(金), 목(木), 수(水), 토(土), 인(人)이라고 하였다. 이는 곧 천지인 삼원(三元)과 음양(陰陽), 오행(五行)이다. 이 과정에서 천지자연과 사람은 한 몸이 되어 상감(相感), 상응(相應)한다고 인식되었다.
‘우주 안에 벌여 있는 온갖 사물과 현상’을 ‘삼라만상(森羅萬象)’이라고 한다. ‘삼(森)’을 ‘參’(석 삼)으로도 표기할 수 있는데 ‘우주 만물을 이루는 세 가지 근본’인 ‘삼원(三元)’을 말한다. 하늘과 땅, 사람의 천지인(天地人) 삼원에 펼쳐져 있는 만상으로서 모든 사물과 현상을 뜻하는 것이다. 도(道)라는 것은 위로는 천문(天文)을 알고 아래로는 지리(地理)를 알며 가운데로는 인사(人事)를 아는 것이므로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다.
[주역(周易)]에서도 “역(易)의 글이 (세상 이치를) 넓고 크게 다 갖추어서 천도(天道)가 있고, 인도(人道)가 있으며, 지도(地道)가 있으니 삼재를 겸해서 둘로 한다. 그러므로 여섯이니, 여섯은 다른 것이 아니라 삼재의 도이다.”라며 자연과 인간의 조화 질서의 연관 구조를 천지인 삼원으로 설명한다. 옛 성인이 성명(性命)의 이치에 순응하여 천도(天道), 지도(地道), 인도(人道)를 수립하였고, 이 삼재지도(三才之道)를 그 두 구성요소[陰, 陽, 柔, 剛, 仁, 義]로 각각 구분해서 여섯 효[六爻]를 갖춰야만 비로소 역이 완성된다고 말하는 것이다.
도가(道家)사상에도 삼원론적 존재 인식이 잘 나타나 있다. [태평경(太平經)]에서는 우주 안에 존재하는 세 가지 기본 구성요소인 ‘하늘, 땅, 사람’을 ‘삼통(三統)’이라 한다. 삼통이 조화를 이루는 상태, 곧 천기(天氣), 지기(地氣), 중화기(中和氣)의 세 기가 조화를 이루어서 서로 합하여 통하는 삼합상통(三合相通) 경지를 ‘태평(太平)이라 한다. 삼합상통은 천지자연과 인간, 곧 우주 만물이 동일한 근본을 가지며 서로 기를 통하며 응한다는 형이상학적 사유를 보여준다.
천・지・인이라는 우주 대자연의 본래 구조와 정・기・신이라는 소우주의 구성요소는 서로 결합하는데, 인간은 정・기・신이라는 세 가지의 기운이 상화(相和)하는 삼합상통한 존재이다.
[태평경]의 삼원론과 비슷한 개념이 한국의 [천부경(天符經)]에도 나온다. [천부경]은 비록 위서(僞書)의 논란이 있지만 한국 선도(仙道)를 대표하는 경전으로 여겨진다. [천부경]의 ‘하나를 셋으로 나눈다’는 ‘일석삼극(一析三極)’은 우주 만물의 근원적 본체이자 원리인 ‘一’이 우주의 기본 구성요소인 삼원의 ‘天, 地, 人’으로 나뉘어 나타나는 것을 의미한다. [천부경]의 ‘一→三→만물’ 생성방식은 [주역]의 ‘一→二→四→八→만물’이나 [노자]의 ‘道→一→二→三→萬物’ 생성방식보다 더 명확하게 삼원론을 전개한다.
천지인 삼원의 세계 구조는 자연에 해당하는 천(天), 지(地)라는 상응 구조와 인(人)의 중매자 역할을 통해 변증법적 특성을 지닌다. 천지인 삼원의 세계관에서 인간은 하늘(양기)과 땅(음기)의 교류에 의해 생겨나지만 하늘과 땅을 조화시키는 역할도 한다. 그리고 사람이 우주 안에서 가장 존귀하다.
이런 삼원 세계관은 사람 명운(命運)의 길흉을 판단하는 명리학에도 사주팔자를 구성하는 간지(干支)를 통해 반영되었다. 천(天)은 원기를 구성하는 음양과 오행의 결합을 나타내는 천간, 지(地)는 12신(辰)의 방위와 계절의 흐름을 나타내는 지지, 인(人)은 천간과 지지를 함께 조화시키는, 지지(支)에 소장(藏)되어있는 천간(干)이라는 의미의 지장간(支藏干)으로 표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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