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내경(黃帝內經)』의 오운육기(五運六氣)와

명리학(命理學)의 천간합(天干合)과 지지충(地支衝·沖)

『황제내경(黃帝內經)』의 오운육기(五運六氣)학설과 명리학(命理學)은 모두 자연의 질서와 인간 생활의 관계를 음양오행 및 천간 지지를 활용해 설명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그러나 명리학이 오행의 '생(生), 극(剋), 제(制), 화(化)'를 모두 사용해 운명을 추리하는 반면, 운기학설은 주로 '화(化)'인 '합화(合化)'와 '충화(衝化)'를 중심으로 활용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황제내경』과 오운육기의 개요

『황제내경』은 전국시대 이후 진(秦), 한(漢) 시대에 걸쳐 의가(醫家)들이 정리하고 보완하여 한의학의 독특한 이론체계를 수립한 의학서이다. 이 책은 황제와 신하들의 대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특히 황제와 기백(岐伯)의 대화가 중심을 이룬다. 그래서 『황제내경』을 '기황지서(岐黃之書)'라고 부르기도 한다. 『황제내경』은 크게 오행론과 운기학설로 나눌 수 있으며, 운기학설은 오행론을 바탕으로 질병의 외부요인을 파악하고 그 발생 원인을 예측하는 의학 이론 체계이다.

오운육기론은 자연계의 기후 변화와 인체의 생리, 병리 관계를 연구하여 재해와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려는 이론이다. 이 이론은 십간(十干)을 오운(五運)으로, 십이지(十二支)를 육기(六氣)로 삼아 운용한다. 운(運)과 기(氣)를 결합하여 특정 해(年)의 기후 변화와 질병 유행 상황을 추측할 수 있다고 본다.

오운(五運)은 갑(甲)·을(乙)·병(丙)·정(丁)·무(戊)·기(己)·경(庚)·신(辛)·임(壬)·계(癸)의 십간을 활용하여 목운(木運), 화운(火運), 토운(土運), 금운(金運), 수운(水運)을 추산한다. 오운은 하늘의 다섯 가지 기운(五氣)과 땅의 오행(五行)이 교감하여 형성된 기류의 운동을 의미하며, 오행의 상생·상극 이론과 천간의 음양을 배합하여 매년 기후의 정상적·비정상적 변화를 분석한다.

육기(六氣)는 자(子)·축(丑)·인(寅)·묘(卯)·진(辰)·사(巳)·오(午)·미(未)·신(申)·유(酉)·술(戌)·해(亥)의 십이지를 통해 여섯 가지 기후(풍(風), 열(熱), 습(濕), 화(火), 조(燥), 한(寒))를 추산한다. 오행은 다섯 가지이지만, 육기는 화(火)에 군화(君火)와 상화(相火)가 있어 여섯 가지이다. 오행과 육기가 서로 합하면 다섯이 되고, 나뉘면 여섯이 된다. 육기는 삼음삼양(三陰三陽)으로 발현되어 작용하며, 십이지와 배합하여 매년 기후의 변화를 설명한다.

오운(五運)과 천간합(天干合)의 관계

명리학에서는 오운을 갑기합(甲己合), 을경합(乙庚合), 병신합(丙辛合), 정임합(丁壬合), 무계합(戊癸合)의 다섯 가지 천간합으로 적용한다. 오운과 천간합의 관계를 설명하는 오기경천화운설(五氣經天化運說)에 따르면, 고대인들이 밤하늘의 별자리를 관찰하여 다섯 가지 빛깔의 기운인 오운을 오천과 연관 지었다.

창천(蒼天)의 기운은 24방위에서 정(丁)과 임(壬)에 해당하며, 정과 임이 합하여 목(木)으로 작용한다고 본다. 따라서 정과 임으로 시작하는 해는 목기운이 주관한다고 본다.

단천(丹天)의 화기(火氣)는 무(戊)와 계(癸)에 해당하며, 무와 계가 합하여 화(火)로 작용한다고 본다.

금천(金天)의 기운은 갑(甲)과 기(己)에 해당하며, 갑과 기가 합하여 토(土)로 작용한다고 본다.

소천(素天)의 기운은 을(乙)과 경(庚)에 해당하며, 을과 경이 합하여 금(金)으로 작용한다고 본다.

현천(玄天)의 기운은 병(丙)과 신(辛)에 해당하며, 병과 신이 합하여 수(水)로 작용한다고 본다.

이처럼 오운과 천간을 배합하면 갑(甲)과 기(己)는 토운(土運), 을(乙)과 경(庚)은 금운(金運), 병(丙)과 신(辛)은 수운(水運), 정(丁)과 임(壬)은 목운(木運), 무(戊)와 계(癸)는 화운(火運)이 된다. 운기학설에서는 천간합의 결과로 나타나는 '화오행(化五行)'을 조건에 상관없이 사용하며, 이를 다시 '태과(太過)'와 '불급(不及)'으로 세분한다. 양간(陽干)은 태과, 음간(陰干)은 불급으로 분류하며, 예를 들어 명리학에서 '양목(陽木)'인 갑(甲)은 운기학설에서 '토태과(土太過)'로, '음토(陰土)'인 기(己)는 '토불급(土不及)'으로 분류한다.

육기(六氣)와 지지충(地支沖)의 관계

명리학에서는 육기를 자오충(子午沖), 축미충(丑未沖), 인신충(寅申沖), 묘유충(卯酉沖), 진술충(辰戌沖), 사해충(巳亥沖)의 여섯 가지 지지충으로 적용한다.

충(沖)은 음양이 조화롭지 않고, 오행의 기질이 상반되는 금(金)과 목(木), 수(水)와 화(火)가 방위상 서로 대립하여 정면충돌함으로써 큰 변화를 일으키는 작용을 의미한다. 합(合)이 음과 양의 조화로 만물을 낳는 부부의 도(道)와 같다면, 충(沖)은 양끼리 또는 음끼리 만나 음양이 부조화되며, 상극보다 더 직접적이고 적극적인 변화를 초래한다.

육기(六氣)는 삼음삼양(三陰三陽)으로 드러나며, 십이지와 배합된다. 상대적이고 대칭하는 두 지지의 기가 하나의 기로 합해지는 '육충화기(六沖化氣)'를 통해 육기가 설명된다. 예를 들어, 사(巳)와 해(亥)가 합하여 풍기(風氣)가 되고, 자(子)와 오(午)가 합하여 열기(熱氣)가 된다. 이러한 육충화기는 십이지를 삼음(궐음, 소음, 태음)과 삼양(소양, 양명, 태양)으로 구분하고, 육기(풍, 열, 습, 화, 조, 한)를 배합하여 기후의 비정상적 변화를 예측하는 데 사용된다.